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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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가품) 논란’을 빚어온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향후 3년간 한국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한다. 구매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엔 증빙 서류 없이도 90일 내 100% 환불해 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레이 장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참석한지 50여일 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당시 알리익스프레스의 가품 유통 문제로 질타를 받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고물가 시대에 '초저가'를 내세워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키우는 중이다. 쿠팡,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중국에서 생산한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알리는 현지에서 직접 매입해 유통 마진을 줄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같은 강점을 내세워 국내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지난 10월 통계를 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사용자 수는 613만명으로 쿠팡, 11번가에 이어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중국 쇼핑 앱들의 고질적 ‘짝퉁’ 문제와 미흡한 고객서비스 등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관에서 지식재산권 침해로 적발된 짝퉁 상품의 99.7%가 중국산이었으며 올해 상반기도 중국산이 가품의 99.5%를 차지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만 봐도 20만원 안팎 가격인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6’ 가품은 3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60~90만원에 팔리는 인기 골프 드라이버는 8만원~15만원 사이에 팔린다. 물론 이 역시 가품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가품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프로젝트 클린'을 개시한다. '짝퉁 근절'을 목표로 위조 감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인공지능(AI) 기반 검증 알고리즘을 통해 판매명과 로고, 이미지, 가격을 비교해 가품 여부를 식별한다. 가품을 반복 판매하는 입점 업체에는 운영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에도 가품 문제로 860여개 업체의 운영을 막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구매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되면 증빙 서류 제출 없이 100% 환불을 보장하고, 한국 브랜드 보호 전담팀도 구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삼자와 협력해 무작위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한국 브랜드 보호 전담팀도 꾸린다. 레이 장 대표는 "지적재산권 침해를 막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고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이날 기자회견도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에 앞서 최대 아킬레스건인 가품 위험(리스크)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레이 장 대표는 “한국 물류센터를 통해 소비자들이 5일 이내에 모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