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이 고혈압 치료제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핀)에 대한 수천억원대 특허 분쟁에서 10건 모두 승리했다. 보령제약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의 치열한 법리 분석이 이번 판결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30일 보령 듀카브의 ‘제조법 특허’에 대해 원고 알리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 제네릭(복제약) 기업들이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6건 및 무효심판 4건의 2심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기업이 개발했거나 개발하려는 제품이 다른 기업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특허심판원을 통해 입증받는 분쟁 방식이다. 주로 심판을 청구하는 쪽이 치밀하게 증거를 모은 뒤 대규모 공세에 나서기 때문에 특허권을 보유한 쪽이 이긴 사례가 손에 꼽힌다.

듀카브는 보령제약이 2016년 출시한 고혈압 신약이다. 카나브 계열 고혈압 복합제제 약물로 환자의 혈압을 낮춰 심장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듀카브는 단일품목만으로 500억원 넘는 연매출을 낸 보령제약의 ‘효자 품목’이다. 카나브와 함께 세계적으로 1000억원어치 이상 판매됐다.

제네릭 기업들은 지난해 3월 골드제이특허법률사무소를 선임해 보령제약을 상대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제네릭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이 듀카브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는 주장이다. 보령제약은 약사 출신인 박금낭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가 이끄는 광장의 헬스케어팀을 방패로 내세웠다.

보령제약을 대리한 광장은 균등침해 법리로 반격했다. ‘큰 발명은 크게 보호하고 작은 발명은 작게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균등침해 법리 판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균등침해는 특허 발명의 실질적 가치를 보호하고 문언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나타나는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정되는 법리다.

특허심판원은 “제네릭이 보령제약의 특허 청구항의 문언을 그대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듀카브의 핵심적 기술을 고려하면 제네릭이 듀카브 특허로부터 변경한 부분은 기술적 차이 없이 복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