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접경지 수만명 피란생활…"안보 확실해지지 않으면 못돌아가"
헤즈볼라 고성능 무기 보유…주민들, 인센티브 아닌 근본대책 요구
무인지대 변해가는 북부…이스라엘, 헤즈볼라 위협에 골머리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는 사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위협에 노출된 이스라엘 북부가 무인지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때 한적한 전원마을이었던 레바논 접경의 메나라 키부츠(집단농장)는 곳곳이 부서진 채 유령마을로 전락했다.

불과 수백m 아래에 있는 레바논의 메이스 엘 자발 마을에서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이 최근 몇 주 끊이지 않고 대전차 미사일 등의 무기를 쏘아댄 결과다.

결국 250여명에 이르는 메나라 키부츠 주민들은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갈릴리 호수가 티베리아스로 전원 대피했다.

이러한 상황은 레바논 접경지대의 다른 마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수만 명이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40명을 납치하는 테러를 벌이자 이에 발맞춰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산발적 공격을 가해왔다.

이스라엘군은 약 77㎞에 이르는 레바논과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경계를 강화했지만, 국경 너머에서 기습적으로 감행되는 헤즈볼라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가자지구 접경에 가족을 남겨둔 채 예비군 소집에 응해 북부로 왔다는 이스라엘군 전차병 요샤우(27)는 "이곳으로 오는 이는 누구든 다치게 될 것"이라면서 "여기엔 실질적 안보도, 돌아올 만큼의 안정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귀향이 허용되려면 레바논에 있는 우리 적인 헤즈볼라가 사람들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명확한 징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인지대 변해가는 북부…이스라엘, 헤즈볼라 위협에 골머리
그러나,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소멸을 목표로 삼는 헤즈볼라가 공세를 멈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요샤우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하마스가 한 기습공격과 매우 유사한 뭔가를 수년에 걸쳐 계획한 바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어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일시 휴전 기간 잠시 공격을 멈췄다가 휴전이 끝나자마자 재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는 2006년 헤즈볼라와 전면 무력충돌을 벌인 이후 오랫동안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29㎞까지를 비무장지대로 삼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까닭이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달리 장사정 미사일 등 고성능 무기를 다수 보유한 탓에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선 상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스라엘 최대 벤처 캐피털 중 하나인 예루살렘 캐피털 파트너스의 에렐 마갈릿 최고경영자(CEO)는 "헤즈볼라가 울타리와 집들에 대전차 미사일을 쏘아대는 한 사람들은 국경지대에 머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교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북부 지역 노동자들에게 급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안보 불안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일각에선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헤즈볼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려해 하마스나 헤즈볼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삼가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매파적으로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뭔가가 벌어지기 전에 행동해 이스라엘 어느 곳에서든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