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삿돈 빼돌린 내역 감춰라"…뉴로스, 뒤늦게 '고의 상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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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퇴출 1년 만에 불거진 고의 상폐 의혹
대표이사 구속…투자금·대여금 사익편취 혐의

고의 상폐로 회사 장부를 숨겼단 의혹 제기
투자·대여금 이용내역 확인해야…상폐 직후엔 파악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로스가 시장에서 퇴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고의 상폐 근거가 최근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소차 공기압축기 제조사 뉴로스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투자사들은 이같이 말합니다. 뉴로스의 최대주주가 제도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고의 상폐를 시켰단 주장입니다. 최근 뉴로스 대표이사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고의 상폐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실사주인 김승우 뉴로스 대표가 그간 투자를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사익편취 한 혐의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횡령한 금액만 214억원에 달합니다. 뉴로스의 본업과는 관련 없는 게임 개발사, 대부업체, 수산물 도매사에 투자(대여)한 뒤 일부 자금을 개인적으로 되돌려 받았단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정리매매 당시 김 대표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회사를 통해 뉴로스의 지분율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뉴로스는 지난해 10월 25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상폐 사유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입니다. 당시 외부 감사인은 뉴로스와 관련해 자금 관련 내부통제가 미비해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데다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단 의견을 내놨습니다.

뉴로스, 알고보니 고의 상장폐지?

상폐된 지 1년 만에 고의 상폐 의혹이 불거진 배경엔 김 대표의 구속이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지난달 16일 발부했습니다.

투자사들은 김 대표가 부정을 감추기 위해 뉴로스를 고의 상폐시킨 것으로 봅니다.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는 수법 등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를 고의로 상폐시켰단 주장입니다. 실제로 뉴로스는 한국거래소의 상폐 실질 심사 당시 감사의견이 반영된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죠.

최근 김 대표의 구속부터 고의 상장폐지 의혹 등 뉴로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없단 이유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단독] "회삿돈 빼돌린 내역 감춰라"…뉴로스, 뒤늦게 '고의 상폐' 의혹
지난 9월 말 기준 뉴로스의 소액주주 수는 1만4000여명에 달합니다. 뉴로스가 시장에서 퇴출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소액주주들이 뉴로스 주식을 들고 있습니다. 뉴로스는 과거 거래정지 직전까지 주요 증권사의 추천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 모델인 넥쏘에 부품을 공급할 것이란 등의 분석 때문이죠. 당시 뉴로스는 산업용 송풍기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수소자동차용 공기압축기, 수소연료전지용 송풍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뉴로스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2019년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10억원, 9억원, 47억원의 적자를 나타냈죠. 그럼에도 매출액은 매년 400억~5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기준 본업인 산업용 송풍기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73.63%로 나타났습니다. 수소전기차용 공기압축기 등 수소차 부품 비중은 26.06%로 집계됐죠.

뉴로스 지분 10%가량을 확보한 기관 투자자는 "김승우 대표의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대표가 보유한 주식은 뉴로스 자사주로 귀속될 것으로 보는데, 추후 새로운 경영진 꾸려 수소차용 공기압축기 등 사업 정상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부정행위를 저지른 한 명의 대표 때문에 멀쩡한 회사가 상장폐지까지 되는 일은 참으로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자금 용도나 행방 파악 어려워

고의 상폐는 대주주나 경영진의 횡령 등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상폐 후 자산 빼먹기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상폐된 시점에서 내부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 외부 개입이 힘든 비상장사의 경우 회사 장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자금의 용도나 행방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고의 상폐 기업들을 피하기 위해선 몇 가지 징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신사업이나 타법인을 인수할 때는 투자금이나 대여금 부분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고의 상폐를 통해 회사 장부를 숨겨, 자금 이용 내역을 감추는 경우가 있어서죠.

고의 상장폐지는 시장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불립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경영진 입장에서 상폐는 결국 자금조달의 창구가 막히기 때문이죠. 상장사 신분을 유지할 땐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로 외부 자금을 쉽게 끌어옵니다. 하지만 상장폐지가 되면 결국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기 어려워지죠.

상장사가 증시에서 퇴출당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장사 프리미엄이 사라질 뿐, 보유 중인 자산이나 영업에 대해선 여전히 가치를 지닙니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의 경우 상폐 후에도 유형자산인 공장 부지와 현금 등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가지지 않은 누군가가 이를 부당하게 팔아 사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