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기고…"공식 다자협의체 구성, 獨日 등 회원국 확대 검토해야"
韓美전문가 "美 인태전략, 쿼드·오커스 한계…유엔사 주목해야"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소(小)다자 체제로서 한국에 있는 유엔사령부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클린트 워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과 손한별 국방대 교수는 1일(현지시간) 외교 전문 잡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미국 내부적으로는 국제 사회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회의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비례해 동맹국에서도 의구심이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동시다발적 분쟁에 직면한 미국의 상황을 놓고 신뢰를 이어가고 있는 동맹국 역시 자원의 한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연구자들은 미국이 이른바 추격하는 도전으로서 중국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새로운 틀을 구상하는 데 기존 유엔 및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 틀에서 벗어나 나토(미국 주도의 북미·유럽지역 외교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 및 한국, 일본 등 조약 동맹과 양자 관계 강화 및 쿼드, 오커스, 칩4 등 새로운 소(小)다자틀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쿼드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안보협의체를 말하고,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을 일컬으며 칩4는 반도체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한국·대만의 모임을 가리킨다.

이들은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제한된 효과에 그치거나 중대한 걸림돌을 마주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이 같은 소다자 체제의 대안으로 한국전쟁 지원국으로 결성된 유엔사령부의 발전적 확대 재편을 제안했다.

유엔사는 한국 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병한 미국을 비롯한 영국, 캐나다, 터키 등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등 3개국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 이행에 한정된 유엔사의 역할은 그간 축소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유엔사는 현재 운영 중인 각종 소다자 틀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제도화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역내 대응 전선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단위로서 이미 역사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유엔사를 중심축에 놓는 방안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비약적인 성장 속에 각국이 한국과 관계 재설정에 나서며 그 고리로서 유엔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지난달 한미안보협의회와 함께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그 단적인 예로 주목했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자주국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유엔사를 백안시했던 것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 있어 유엔사의 역할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도 유엔사 역할 강화에 한층 우호적 배경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유엔사의 확대 재편을 위해선 "한국과 개별 유엔사 회원국의 양자 관계 강화와 함께 유엔사 명의의 공식 다자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여기에 연례회의 주최국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실질적 군사 협력을 위해 유엔사 회원국들의 군사적 기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유엔사는 병력 제공을 위한 제도적 틀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회원국 역량에 따라 임무가 할당되면 정부 차원에서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시기 유엔사 회원국이 아닌 현재의 지정학적 요건에 맞춘 회원국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들은 독일과 인도 등 기존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를 우선적 대상으로 거론하는 한편 미국의 인·태전략의 한 축으로서 한미일 삼각 공조의 중요성에 입각해 일본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