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 일대의 전경 / 사진=한경DB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 일대의 전경 / 사진=한경DB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시공사 계약해지 결정을 두고 정비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 방안이 처음 적용되는 '서울형 재건축' 단지인데다, 이 단지와 비슷한 조건인 아파트들이 강북에 많습니다. 이런 아파트가 일반적인 재건축·재개발 등에서 볼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인데요. 소유주들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다른 건설사를 찾겠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집값이 5억원인데 재건축 분담금이 5억원'이라면 어떨까요. 재건축을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바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이 마주한 현실이 이랬습니다. '분담금 5억원'은 절대값인 동시에 상대값이기도 합니다. 만약 집값이 15억원이라면, 분담금은 낮아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약세에 올라버린 공사비 등이 반영된 현실은 이랬습니다.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 31㎡(약 11평) 단일 면적으로만 이뤄진 5층짜리 840가구 단지입니다. 사업시행자는 한국자산신탁으로 신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2021년초 7억원대로 뛰어오른 매매가는 8월에 8억원을 찍었습니다. 2년이 지난 최근 매매가는 5억원입니다. 그나마도 지난 7월(최저가 4억7000만원)에 비해서는 잘 거래가 된 수준입니다. 조합원이 전용면적 84㎡을 분양 받으려면 5억원대, 전용 59㎡는 3억~4억원대 추가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상계주공5단지 전경/ 자료=네이버 거리뷰
상계주공5단지 전경/ 자료=네이버 거리뷰
그도그럴 것이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는 처지입니다. 840가구가 최고 35층 996가구로 탈바꿈하게 되는데, 재건축 이후 공공임대 물량이 156가구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은 현재까지 없지만 향후 청산자 일부 물량이 극소량으로 나올 전망입니다.

집값이 하락하는데다 분담금은 커진 판국인 겁니다.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당연히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비대위를 중심으로 소유주 사이에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분담금을 줄이려면 사업속도를 줄이자'는 겁니다. 물론 이는 정비사업의 기본입니다. 정비사업에서 사업비를 줄이는 핵심은 '사업속도'니까요. 속도가 늦어질수록 금융비용을 비롯해 각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최근과 같은 고금리에 물가인상 추세라면 더욱 그렇겠죠.

이렇게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GS건설이 입찰 당시 제안한 48개월의 공사기간이 지나치게 길다. 공사기간을 42개월로 6개월 단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GS건설은 작년 11월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은 이후 올해 1월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불과 10개월 전에는 마음에 들어서 선정했다가, 이제는 공사기간(공기)을 줄이라니 GS건설도 의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GS건설은 공기에 대해 입찰시를 비롯해 이후에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합니다. 인근에 초·중학교가 있어 등하교 시간에 공사를 할 수 없고, 주변 단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일반 터파기 공법이 아닌 역타공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더군다나 GS건설은 그 사고(!) 때문에 안전과 품질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자료=서울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자료=서울시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인 '공사비'도 따져보겠습니다. GS건설은 입찰 당시 평(3.3㎡)당 650만원(2022년 10월 산정 기준)의 공사비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주거환경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서울 23개 정비구역 평균 공사비 673만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올해는 평균 공사비가 700만원 후반대에서 800만원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여하튼 지난 25일 소유주들은 전체 회의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의 선정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공기를 단축하고 분담금 축소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상황에서 더 나은 조건의 건설사를 찾기는 가능할까요. 오히려 사업만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까요.

일단 결정은 났지만, 일부 소유주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는 "GS건설이 제안한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시공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담금이 5억원을 넘어가면 오히려 손해보는 사람이 많다보니 해지하게 됐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사업이 더 지연될까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쯤에서 GS건설의 입장은 어떨까요. 시공사 선정 이후 투입된 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비용이 된다면 사업비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실제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부담을 줄이려면 주택의 면적을 줄이거나 6단지와 통합하자는 대안까지도 얘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업자체부터 흔들다보면 사업기간은 더 길어질 게 뻔합니다. 상계주공5단지와 단지 조건들이 비슷한 강북의 재건축 단지들은 그렇기에 이번 시공사 교체 결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과연 소유주들의 이번 결정이 묘수(妙手)가 될지 자충수(自充手)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