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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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모씨(36) 커플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인당 10만원에 코스 메뉴를 제공한 단골 레스토랑은 올해 15만원으로 높였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본 뮤지컬은 가장 말석인 A석 가격도 통상 7만원 선이던 것이 9만원까지 올랐다. 유명 호텔 베이커리에선 케이크 가격이 2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비싸긴 해도 크리스마스인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식사 15만원·케이크 20만원…아찔한 성탄 물가
고(高)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외식, 공연, 숙박 등 소위 ‘크리스마스 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심리는 약세지만 관련 업계는 대목을 앞두고 가격을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전체 소비자물가가 반등세를 타는 국면에서 만난 크리스마스라는 ‘복병’에 물가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등 연말에 주로 소비되는 항목 대부분의 10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3.8%)을 웃돌았다. 연말(11~12월) 시즌이 오기 전인데도 관련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먹거리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많이 사용되는 딸기는 여름철 고온 등 이상 기후 여파로 출하량이 줄며 전년 대비 37.5% 뛰었다. 케이크(8.3%)와 빵(5.5%)을 비롯해 선물로 쓰이는 초콜릿(14.9%), 사탕(10.5%), 양주(5.1%) 등도 가격이 대폭 올랐다. 외식 물가도 피자(12.3%), 햄버거(6.8%) 등이 크게 오르며 4.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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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도 마찬가지다. 10월 기준 노래방 이용료가 1년 전보다 6.9%, 공연예술 관람료가 6.3%, 호텔 숙박료는 5.0% 올랐다. 미용료(5.6%), 뷰티이용료(5.9%) 등 데이트 준비 비용도 크게 늘었다. 크리스마스 물가 품목은 대체로 연말로 갈수록 수요가 몰리며 물가가 뛴다. 지난해 12월 딸기 가격이 전월 대비 93.7% 폭등한 것이 한 예다.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9월엔 추석, 11월엔 김장 물가 대책을 내놨다. 추석이나 김장은 정부가 비축 중인 농축수산물을 풀고 각종 할인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물가는 정부가 수급 조절이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 중심이다. 물가 상승에 민감한 청년 및 유자녀 가구가 주소비층이란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