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4명 중 1명은 월평균 3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급과 잔업수당 등도 함께 늘어난 영향이다.

22일 통계청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중인 E-9 외국인 근로자 20만9100명 가운데 월평균 임금 300만원 이상은 5만3400명으로 25.5%를 차지했다. 2021년 16.2%(3만5000명)이던 비중이 1년 새 9.3%포인트 뛰었다. 2.9%에 그쳤던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급증했다.

월평균 임금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구간 비중은 2021년 15%에서 지난해 7.7%(1만6100명)로 절반으로 줄었다.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비중은 같은 기간 68.8%에서 66.7%(13만9500명)로 소폭 감소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과 같은 최저임금과 각종 연장근로수당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점이 임금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평균 임금도 크게 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1.6%로, 이탈리아를 제외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았다.

E-9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약 80%는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 비용을 회사 측이 부담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265만7000원인데 여기에서 회사가 부담하는 숙소비용(1인당 평균 18만5000원), 식사비용(20만9000원)을 합치면 300만원이 넘었다. 이 때문에 일부 현장에선 “사실상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더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지급 내용을 담은 법안이 꾸준히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차별은 한국이 1998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111호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 협약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