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지만, 한미 당국은 성공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은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는 게 끝이 아니라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지상을 촬영한 사진 및 영상도 발신돼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궤도에 진입할 속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보 수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서둘러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으며, 한미,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 여러 식별된 상황을 공유, 분석해 판단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새로운 물체가 우주에 진입하면 수 시간 안에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데, 오전 9시30분 현재 북한 정찰위성에 대한 정보는 실리지 않았다.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등 두 차례 위성을 궤도에 올린 적이 있지만, 정상 작동이 확인된 적은 없다. 발사체에 탑재하는 위성체 기술도 아직 조악할 것으로 예상된다.군이 올해 5월 북한의 1차 발사 때 인양된 낙하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정찰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도 3m급에 불과했다. 이는 가로·세로 3m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하는 수준이다. 다만 러시아의 지원이나 밀수 등을 통해 국외에서 고품질 부품을 들여와 성능을 개선했을 가능성은 남아있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북한이 21일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물체를 발사했다. 지난 8월 24일 재발사에 실패한 지 89일 만이다. 정부는 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 보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해 맞대응하는 카드도 검토 중이다.軍, 비행금지구역 일부 해제할 듯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일본 해상보안청에 22일 0시부터 다음달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예고보다 빠른 이날 발사를 강행했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오는 30일로 예정된 우리 군의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보다 앞서서 발사하기 위해 최대한 서둘렀다는 해석과 22일 오전부터 북측 서해 위성발사장과 가까운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 비 소식이 있어 일정을 앞당겼다는 해석 등이 나오고 있다.정부는 9·19 군사합의로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지상과 해상, 공중을 완충구역으로 설정했다. 특히 무인기(UAV)의 경우 MDL 이남 서부지역은 10㎞, 동부지역은 15㎞까지 비행이 금지됐는데, 전방지역 대북 감시와 훈련을 제약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 직후 보고를 받고 관련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군당국은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하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 장사정포의 기습 징후를 더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데다 감시 범위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남북이 협의한 어떤 사항도 국가 안보를 포함한 중대 사유가 발생할 경우 남북 합의의 부분 또는 전체에 대해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기술돼 있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는 별도 법 개정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돼 신속하게 관련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인 칼빈슨함(CVN-70)은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과시했다.러, 위성 발사에 기술 지원했나전문가들은 북·러가 지난 9월 정상회담 이후 무기 거래 등을 고리로 밀착하면서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에 위성 발사와 관련한 기술적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 2차 발사 당시 2단, 3단 로켓 엔진 문제로 발사에 실패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기술 자문이나 부품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북한은 지난 5월 3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을 발사했지만 2단 로켓 점화에 실패해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해상으로 추락했다. 이어 8월 24일에 이뤄진 2차 발사 때도 발사체가 2차 추진 단계부터 비정상 비행하는 등 최종 실패했다.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단기간 내에 로켓 추진체 문제에 대한 개선 조치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기술이 이전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어 기술 자문 등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군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후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온 정황이 있다”며 “주로 엔진 계통의 지원을 받지 않았겠냐”고 했다.맹진규/런던=오형주 기자 maeng@hankyung.com
일본 정부가 21일 밤 북한에서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돼 오키나와 지역 상공을 거쳐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오후 10시 43분께 동창리 지역에서 남쪽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를 강행했다"며 "상세한 내용은 분석 중이지만 1발은 오키나와현 상공을 거쳐 태평양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마쓰노 장관은 북한의 이번 발사는 일본과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비난 의사를 밝혔다.또 그는 "북한의 이번 발사는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 주민 안전 차원에서도 극히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시점까지 피해 보고는 없는 상태다. 발사체는 오후 10시 52분께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일본 정부는 추정했다.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국과 미국 등과 협력해 필요한 대응을 적시에 할 것과 피해 여부 확인, 철저한 정보 분석 등을 지시했다.앞서 북한은 22일 0시부터 내달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에 통보한 바 있다. 위험 통보 구역은 한반도 남서쪽 서해와 동중국해, 필리핀 루손섬 동쪽 등 3곳으로 전해졌다.한편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밤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우리 군은 오늘 밤 10시 43분께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해 백령도 및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통과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