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최대 3천명 육박, 2030년도에는 무려 '4천명 육박'
여론·정치권도 "의대생 확충" 한목소리…의협 등 의사단체 반발은 변수
정부, 의대점검반 통해 실사 후 규모 확정…이르면 연내 발표

의대를 거느린 대학들이 예상보다 '큰 숫자'로 의대생 확충을 요구하면서 향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론 역시 의사를 늘리는 쪽으로 확실히 기울어진 상황에서 정부는 이르면 연내, 또는 내년 초에 정원 확대 규모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0년 전공의 파업 등으로 의대 입학정원 확충안이 물 건너간 만큼, 이번에도 의사 단체들의 집단행동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큰 숫자' 내놓은 의대들…의대 정원 확대 속도 붙나
◇ 대학들, '대규모' 의대생 확충 요청…여론도 의사 늘리는 쪽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까지 2주간 의대가 있는 전국 40대 대학을 대상으로 2025∼2030년 입시의 의대 희망 증원 규모 수요를 조사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에 대한 대학들의 증원 희망폭은 최소 2천151명, 최대 2천847명이었다.

3천58명인 현재 정원 대비 70.3∼93.1%로 대폭 늘리자는 것으로, 애초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1천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조사 대상 기간 중 가장 나중인 2030년도 희망 증원 폭은 2천738명∼3천953명에 달한다.

현원과 비교해 최소 89.5%, 최대 129.3% 증원을 희망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수요 조사 결과 발표에 난항을 겪었다.

이달 13일에 발표하기로 했다가 발표 전날 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계획을 취소했다.

이후에도 결과 발표를 미뤄 한때 복지부가 조사 결과를 아예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여론의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의대들이 큰 규모로 확충을 요구하면서 마침내 이날 발표에 이르렀다.

이날 복지부 발표에 앞서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한 의사 인력 확충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2.7%('매우 필요하다' 57.7%, '필요하다' 25.0%)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에게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해 물었을 때도 응답자의 7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은 18%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은 필요조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큰 숫자' 내놓은 의대들…의대 정원 확대 속도 붙나
◇ 복지부, 점검반 통해 실사 후 규모 결정…"이르면 내달 말까지 확정"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고자 전국의 종합병원을 상대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과도한 업무에 내몰리는 의료진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인원이 필요하냐를 조사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여론 조사나 학교의 수요 조사만으로 의대생 확충 규모를 정하는 것은 객관적, 과학적이지 않다고 반박함에 따라 확충 규모의 합리성을 조금 더 높이려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응급실 뺑뺑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그다음에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앞으로도 더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렇게 수치를 가다듬은 뒤 실제 각 대학의 의대생 수용 능력을 파악하는 의학교육점검반 활동을 이르면 12월 중으로 마칠 계획이다.

전 실장은 "복지부는 전체 의대 정원의 수요 규모를 파악해서 교육부에 넘길 텐데, 교육부가 학교별로 배정 계획 등을 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역할은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큰 숫자' 내놓은 의대들…의대 정원 확대 속도 붙나
◇ 젊은 의사들, 의대 정원 확대에 우려 표명…의사단체 반발이 변수
여론과 정치권을 등에 업고 정부가 의대생 확충에 속도를 낼 전망이지만, 의사단체의 반발이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2020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함께 의대 정원을 늘리려고 할 때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여 정부가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구성된 의협의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도 최근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양동호 협상단장은 이달 15일 열린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만약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도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으로 이뤄진 젊은의사협의체는 "신중한 검토 없는 정원 확대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협 등 의사단체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의대 정원 확충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 실장은 "의협도 다른 의견은 낼 수 있지만, 의료현안협의체라든지 의사소통 채널이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