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롯데호텔앤리조트(롯데호텔)가 2019년 철수했던 김치사업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호텔업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소 비용으로 추가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최근엔 담당 부서의 업무영역을 제품 기획·개발에서 판로확대까지로 늘리며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지난 9월 자체브랜드(PB)팀을 이커머스팀으로 개편했다. PB상품을 외부에 적극 판매해 의미 있는 매출액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팀 개편 시기와 맞물려 주력으로 선보이고 있는 제품은 김치다. 롯데호텔은 지난 8월 배추김치를 선보인 데 이어 10월엔 갓김치와 파김치를 선보였다. 배추김치를 선보일 당시 롯데호텔은 "호텔의 미식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확대하겠다" 수준의 포부가 아닌 "1조 4000억원대 규모의 국내 김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호텔의 김치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롯데호텔은 2016년 8월 롯데마트와 협업해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롯데호텔 소속의 셰프가 외부 김치명인과 함께 김치 레시피 개발에 참여하긴 했지만 제조·판매는 롯데마트가 주도권을 쥐고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엔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를 호텔이 직접 관리한다.

상품 용량에서부터도 2016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 판매한 상품은 1㎏단위의 소포장 제품으로 단발성 소비를 겨냥했지만 올해는 4~9㎏ 제품으로 장기 소비를 겨냥했다. 당일 생산·출고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위해 배달은 주1회만 실시한다. 업계에서는 정기적으로 김치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일종의 구독서비스 사업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치의 단가가 낮음에도 이 사업이 의미 있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배경에는 투입 비용이 고려됐다. 호텔업이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은 신규 지점 개관이다. 신규점을 개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매입·임대와 대규모 인력 채용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김치사업의 경우, 기존 식음업장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돼 사실상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사업으로 꼽힌다.

향후 판매 채널을 확대하면 의미있는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실제 배추김치 출시 이후 한 달간 올린 매출액은 7억원으로, 이는 롯데호텔 스탠더드객실 약 2800개를 판매해야 올릴 수 있는 금액이다. 이커머스팀은 현재 롯데호텔 공식 온라인몰에서만 김치를 상시 판매하고있지만, 향후 백화점·해외 호텔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구조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매출원을 찾고 있다"며 "자체상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롯데호텔을 경험한 고객들을 향후 실제 내방고객으로 만드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