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대입개편 공청회서 전문가·학부모 찬반…"절대평가도 부작용 많아"
공청회 좌석 128석뿐…진보단체 "대국민 개방 자리 맞나" 항의
"고교학점제에 내신 상대평가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현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된 공청회에서 교육부가 마련한 시안에 대한 전문가와 학부모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교육부는 20일 여의도 KFI타워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앞서 교육부는 ▲ 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 폐지 ▲ 수능 심화수학 영역 신설 검토 ▲ 고교 내신 상대평가 5등급 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8대입개편 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교육청과 대학 관계자, 학부모 등이 참석해 시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주종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2팀장은 "수능 주요과목은 9등급, 내신은 5등급으로 상대평가 한 줄 세우기가 유지되면 교실수업이 단순 암기와 문제 풀이에 매몰된다"며 내신은 '5등급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수능도 절대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도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고교학점제하에서 상대평가가 시행되면 과목별로 유불리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수강인원이 적어질수록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지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은 수강 신청을 기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국민일보 교육전문기자도 "고교학점제는 무늬만 남게 됐다.

줄 세우기를 유지하면서 진로 적성에 맞는 미래 수업을 지향한다는 주장은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절대평가 도입 시 적잖은 문제점이 예상되므로 상대평가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윤정 구암고 교사는 "절대 평가를 100% 도입한다면 성적 부풀리기, 내신 성적 불신 등으로 내신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대학별 고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선호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상훈 서울·경기·인천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내신 상대평가를 없애고 성취(절대)평가의 질 관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성취평가제 도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라며 "학생 주도 설계 권한을 강화한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학부모 신상숙 씨는 "수능이 절대평가가 된다고 해도 대입 자체의 경쟁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고 학부모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몰아갈 것"이라고 염려했다.

수능에서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통합과학에 함께 응시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고3 수능을 9등급 상대평가로 실시하면 대부분 학교는 (수능 과목인)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무한 반복하게 된다"며 "고1 기초수준의 과목을 고3 11월에 본다는 것은 '킬러문항'보다 더한 '괴상한 문항'이 출제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에 내신 상대평가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편 이날 공청회가 만석이 된 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학부모와 교육계 관계자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들은 입장을 거부당하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가 아니냐며 큰 소리로 항의했다.

공청회 자리에 진보 단체가 '절대평가 도입'이라는 피켓을 좌석에서 들고 있자 보수 단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치워달라고 항의해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공청회에 앞서서도 교육계 진보·보수 단체는 KFI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계 의견을 냈다.

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 등 보수 단체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내신성적, 생활기록부, 논술, 면접 등이 모두 중요한 '죽음의 펜타곤'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 단체는 이날 공청회 좌석이 128석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도 확정 마지막 단계에, 대국민에 개방하는 자리에 고작 이 좌석을 준비하니 의아할 따름"이라며 "다수 국민의 절박한 호소를 교육부가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