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형 로펌 수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부터 속속 만료된다. 태평양과 화우는 젊은 피로 새 경영진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다른 로펌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도 40대 변호사들이 고위 경영진에 합류하는 사례가 잇따를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젊은 피' 경영진 속속 합류…대형로펌 세대교체 바람

젊은 경영진 꾸린 태평양·화우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이준기 변호사(57·사법연수원 22기)를 신임 업무집행대표변호사로 선출했다. 이 변호사는 서동우 현 대표(60·16기)의 뒤를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태평양을 이끈다. 태평양은 이 대표와 발을 맞출 업무집행변호사로는 김성수 변호사(51·24기)와 범현 변호사(51·30기)를 선임했다.

화우도 비슷한 시기에 이명수 변호사(56·29기)를 새 수장으로 뽑았다. 이 신임 대표는 이준기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내년 1월부터 3년간 화우를 이끌 예정이다.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출 경영전담변호사로는 강영호 변호사(50·30기)와 시진국 변호사(50·32기)가 낙점됐다.

두 로펌 모두 경영진이 한층 젊어졌다는 평가다. 경영대표의 기수만 보더라도 태평양은 지금보다 6기, 화우는 7기 낮아진다. 1998년 제20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30기 이하 변호사들이 경영진에 진입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들 로펌에 이어 대륙아주, 세종, 동인에서도 대표가 바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규철 대륙아주 경영대표변호사(59·22기)가 12월,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58·18기)가 내년 3월, 노상균 대표변호사(69·13기)가 내년 4월 임기가 차례로 끝난다. 일단 세종과 대륙아주의 경우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각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동인의 경우 노 대표가 내년이면 70대에 접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임자를 선출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40대 약진 이어지나

대표 교체기와 맞물려 주요 로펌 고위 경영진에 젊은 피가 얼마나 투입될지도 화두다. 최근 주요 로펌들은 젊은 변호사를 적극적으로 경영진에 합류시키는 분위기다. 대륙아주는 지난해 40대인 이정란 파트너변호사(42·37기)를 대표변호사로 선임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10대 로펌에서 40대 여성이 대표변호사가 된 첫 사례다.

세종과 바른도 2021년 고위 경영진에 해당하는 운영위원에 40대 변호사를 포함했다. 세종은 이창훈 변호사(44·33기), 바른은 김도형(47·34기)·강태훈(48·36기)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로펌 고위 경영진은 통상 운영위원→부문별 대표→총괄대표로 구성된다.

법조계에선 로펌들이 빠르게 바뀌는 산업 트렌드에 대응 중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젊은 변호사가 경영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플랫폼, 인공지능, 암호화폐,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산업의 성장으로 각종 새로운 법률문제가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에 로펌들은 전담조직까지 구성하면서 신산업 관련 자문·소송을 선점하려는 경쟁에 한창이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변호사는 “신산업에서 30~40대 임원을 배출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진 것도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젊은 변호사들의 존재감을 높여주고 있다”며 “이들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