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은 됐는데 분양가가…" 당첨 포기하면 통장 리셋됩니다
“고분양가에 투자 메리트 없다” … ‘미계약 속출’ 단지 증가
청약 포기 땐 특공 제한 규제지역은 10년간 재당첨 제한도
‘줍줍’ 무순위 청약도 계약 포기 땐 페널티 있어 유의를



수십~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막상 계약단계에서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선당후곰(선당첨, 후고민)족’이다. 배정받은 동·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발을 빼는 사례가 많다. 청약 열기 과열 속에 일단 접수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로 투자 메리트가 없을 거 같아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페널티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청약통장이 초기화되고, 최대 10년간 청약 재당첨 제한을 받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역이나 청약 유형 등에 따라 당첨 후 포기했을 때 주어지는 페널티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청약을 넣기 전에 불이익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는 평가다.

서울서 미계약 단지 속출


최근 서울에서 청약 경쟁률은 높았는데, 미계약이 속출하는 단지가 증가하고 있다. 성북구 ‘보문센트럴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1순위 청약에서 42가구 모집에 3279명이 몰리며 7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계약자가 속출해 지난 15일 2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총공급 물량 87가구 중 27.6%가 계약자를 찾지 못한 셈이다.
"청약은 됐는데 분양가가…" 당첨 포기하면 통장 리셋됩니다
‘강남4구’의 브랜드 단지인 강동구 ‘더샵강동센트럴시티’도 지난 11~12일 주인을 찾지 못한 27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앞서 구로구 ‘호반써밋개봉’은 무순위 물량(72가구)의 전체 공급 규모(190가구)의 38%나 됐다.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도 1순위 경쟁률이 14대 1에 달했지만, 미계약이 대거 발생해 현재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계약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는 건 분양가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더샵강동센트럴시티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4억원대였다. 비슷한 시기 근처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의 전용 84㎡가 13억원대에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높다. 호반써밋개봉 전용 84㎡의 몸값은 10억원 수준이다. 근처 단지인 개봉동 ‘개봉푸르지오’(8억2000만원)와 비교하면 2억원가량 비싸다.

힘겹게 모은 청약점수 ‘리셋’


당첨 지위 포기 때 가장 먼저 적용되는 불이익은 현재 가진 청약통장의 효력이 상실된다는 점이다. 현재 청약가점이 70점이라 하더라도 재사용이 금지된다. 새로 청약통장을 개설해 1점부터 다시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단순 변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당첨 기회를 박탈하게 된 데 대한 페널티가 부과되는 것이다.

특별공급으로 당첨됐는데 포기를 한 경우라면, 앞으로 생애 최초나 신혼부부 등 유형에 상관없이 특별공급을 재차 넣을 수 없게 된다. 특별공급은 1회만 당첨이 가능한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만약 가점제를 통해 당첨된 경우라면 향후 2년간 다른 단지 가점제 청약할 수 없다. 1순위 청약 제한이란 규정도 있다. 5년간 투기과열지구나 청약과열지구의 1순위 청약이 제한되는 것이다. 2순위는 넣을 수 있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 2순위로 당첨되기는 쉽지 않다.
"청약은 됐는데 분양가가…" 당첨 포기하면 통장 리셋됩니다
무엇보다 재당첨 제한 페널티를 잘 따져봐야 한다. 지역마다 기간이 다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거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의 경우 재당첨 제한 기간이 당첨일로부터 10년이다. 청약과열지역은 7년이며, 토지임대주택과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조합 등은 5년이다. 다만 비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은 이러한 규제에서 제외된다. 재당첨 제한에 걸렸더라도 비규제지역 민영 아파트 일반분양 분은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비규제지역은 재당첨 제한 없어


연초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청약 페널티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렸기 때문이다. 과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을 땐, 서울에서 청약을 포기하면 꼼짝없이 10년간 청약을 넣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 21개 구에선 당첨을 포기한 사람도 청약을 넣어볼 수 있다. 물론 청약통장 재사용은 금지된다. 더군다나 청약가점이 중요하지 않은 추첨제가 대폭 확대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최근 ‘청약 과열’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약을 넣기 전엔 가족과도 꼭 상의하는 것이 좋다. 재당첨 제한 등의 페널티는 세대주뿐 아니라 세대 구성원한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청약 포기자가 노려볼 수 있는 유형이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넣어볼 수 있다. 거주지나 보유 주택 수, 세대주 여부 등을 따지지 않으며 재당첨 제한 역시 없다. 다만 무순위 청약 중에서도 계약취소 주택 재공급 유형의 경우 청약 자격 요건이 까다로우니 유의해야 한다. 무순위 청약 당첨 후 계약 포기를 하는 경우에도 규제지역 7~10년간 재당첨 제한 등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