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인니 현지인력 고용한 뒤 한국서 허위 직원 내세워…가짜 용역계약도
정보통신진흥기금 53억원 가로챈 업체 대표 3명 실형
허위 사업계획서로 총 53억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을 타낸 업체 대표 3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반정모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모(48)씨에게 징역 4년, 고모(44)씨와 인모(50)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는 황씨 명령에 따라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이 참작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2021년 3월 준정부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하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꾸리고 허위 직원을 내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정보통신진흥기금 53억5천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이 기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당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등을 위해 출연한 보조금으로 조성됐다.

이들 일당은 직원 275명을 새로 채용하고 전문업체 13곳과 총 11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거짓 사업계획서로 2개 과제를 따냈다.

이들이 부당하게 가로챈 정보통신기금은 각각 34억8천만원, 18억7천만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건비가 싼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을 동원해 과제를 수행하고 한국에서는 명의 대여자를 모집해 그들 계좌로 급여를 이체한 뒤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챘다.

황씨와 고씨는 허위로 채용된 인력은 10% 남짓이며 나머지는 정상적으로 채용됐고, 따낸 과제를 정상적으로 마쳐 결과물이 활용되고 있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은 재산상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말한다"며 "상대방이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거래하지 않았을 경우임에도 사실을 묵비해 상대방을 기망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보조금 대부분을 과제를 하는 데 썼고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는 인씨의 주장, 범죄사실을 모른 채 지시에 따라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을 동원했다는 김씨의 해명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 보조금 예산의 적정한 관리를 저해하고 공적 자금의 운용·집행에 대한 도덕적 해이로 세금 낭비와 국가재정 부실을 초래했다.

또 보조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