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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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이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법률자문 등을 위해 직접 현지 로펌과 손을 잡았다. 인프라 복원사업 규모만 약 1200조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15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지평은 최근 우크라이나 로펌 에이큐오(AEQUO)와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 관련 법률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이큐오는 우크라이나 상위권 로펌으로 지난해 법률서비스 평가회사인 체임버스 유럽이 선정한 ‘올해의 우크라이나 로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우크라이나 재건 활성화를 위한 조직인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협약’에도 가입했다. 이 조직에는 현재 세계 42개국의 500여개 기업이 소속돼 있다.

지평은 앞으로 에이큐오와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동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더욱 공격적으로 법률자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로펌은 지난 5월 동유럽팀을 신설해 이 지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기업들이 주요 해외 생산기지를 짓고있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을 무대로 삼고 있다.
'우크라 재건' 자문 힘싣는 지평, 현지 로펌과 맞손 [김진성의 로펌인사이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지평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큰 관심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종전 후 관련 일감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전쟁이 끝나면 복구작업에만 9000억달러(약 1200조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정부의 총예산(639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일찍이 사업성 검토를 해왔던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대표단’은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정부와 우크라이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위한 첫 단계인 공여 협정을 체결했다. 20억달러(약 2조6500억원) 규모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국토부는 이 협정을 바탕으로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카호우카댐 재건 △보리스필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폴란드로 이어지는 철도노선 고속화 등으로 구성된 6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12일 보리스필 수도공항공사와 보리스필공항 현대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재건사업에 발을 들였다.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사업이다.

로펌업계에선 앞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법률자문을 두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평 외에도 태평양 광장 율촌 등 대형 로펌들이 전담조직을 만들어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김앤장 또한 우크라이나 기업과 로펌들과 교류하며 현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