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속 보이는 선거용 포퓰리즘 입법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선거만 치르고 나면 경제에 골병이 든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남발한 매표용 포퓰리즘 입법과 공약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강력하게 조직된 이익집단에 끌려가기 십상이다. 한 표가 아쉬운 판에 몰표 바구니를 앞세운 이익집단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각종 이익집단을 보호하는 포퓰리즘 입법이 선거를 앞두고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포퓰리즘 입법의 편익은 대개 소수 이익집단에 집중되는 반면, 조직화하지 못한 불특정 다수 시민에게는 비용만 부담시키기 일쑤다. 왜냐 하면 대개의 포퓰리즘 입법으로 만들어지는 편익은 특별한 생산적 기여 없이 인위적으로 이익집단의 몫만 증가시키는, 소위 지대추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특정 소수에게 집중되는 편익을 불특정 다수가 십시일반으로 부담할 뿐 경제 전체의 편익은 오히려 줄어든다.

포퓰리즘 입법은 1인 1표 선거에서는 이론적으로 불리한 전략이다. 하지만 소수 유권자에게 집중되는 편익은 바로 체감돼 득표로 연결되는 반면, 손해는 다수의 개별 유권자에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게 쪼개져 분담되므로 특별히 감표 요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다양한 이익집단별로 맞춤형 포퓰리즘 법안을 시리즈로 제정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 안에서 소수의 일원으로 얻는 직접적 편익에는 민감하지만, 이익집단 밖에서 다수 중 한 명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는 둔감한 불합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지난봄에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에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강행 입법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이익집단 맞춤형 포퓰리즘 법안 시리즈다. 정부와 여당이 성장잠재력을 낮출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 편익 증진에 반한다는 논리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국회 내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해 준비해둔 상임위원회, 법사위원회, 본회의 심사로 이어지는 국회 3단계 숙의 과정까지 생략하며 강행 처리한 입법 과정이 그 증거다.

당연히 국회 숙의 과정을 통한 여야 간 치열한 논리 공방이 있어야 했다. 숙의 과정 없는 의사결정에는 다수결만 남는다. 다수결의 맹신은 자칫 입법 독재로 이어질 수 있다. 입법 독재를 막는 마지막 방호벽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포퓰리즘 입법 시리즈를 밀어붙인 이유가 ‘입법 과정에서 개별 이익집단을 보호했다’는 이미지 관리에 있다고 의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마디로 선거용 정치적 쇼일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용 포퓰리즘 입법이 양산되는 이유는 의원입법 과정에 있다. 정부입법은 입법안 작성에서부터 규제개혁위원회 등 각종 규제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 있는 반면, 의원입법은 별다른 심사 과정 없이 의원 10명의 동의만 받으면 발의된다. 의원입법이 정부입법보다 20배 이상 많이 발의되는 까닭이다. 따라서 의원입법 절차에도 엄격한 심사 과정을 도입해 소수 이익집단을 위한 편파적 포퓰리즘 입법을 차단하는 제도를 강구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남발되는 포퓰리즘 입법은 궁극적으로 소수 이익집단의 지대추구 행위를 보호할 뿐 전체 경제를 골병들게 한다. 현재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만이 남아 있다. 골병든 경제는 머지않아 반드시 진영을 구분하지 않고 외상값을 청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