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에 정당한 법적 지위 있다…변상금 부과 예외사유 해당"
100년간 향교 관리했는데 '무단사용 변상금'…대법 "부당"
향교 문화재를 100년 가까이 관리하던 재단에 '무단 사용'을 이유로 변상금을 부과한 정부 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재단법인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지난달 18일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삼척향교는 조선시대 초기인 1468년부터 강원도 삼척시의 지금 자리에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토지조사부에는 1915년 12월 국가가 향교 소재 부지를 사정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정부는 1979년과 1986년 각각 향교가 있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재단은 군정법령에 따라 1955년 설립됐는데 그 이전부터 실질적으로 향교를 관리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재단이 국유재산인 토지를 대부계약 없이 점유·사용했다"며 두 차례에 걸쳐 5천986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재단은 "약 10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관리·운용을 위한 토지의 무상사용을 허용해 오다가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권리남용이자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정부의 손을 들어 변상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는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의 점유나 사용, 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변상금 부과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국가는 삼척향교 부지에 관해 약 100년 동안 사용료·대부료나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으므로 삼척향교의 관리·운용 주체에게 그 부지의 배타적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국가는 헌법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 보존·관리·활용 책무를 다하기 위해 원고에게 삼척향교 부지를 점유·사용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변상금 부과의 예외 사유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불가피한 사유로 국유재산을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교의 유지·보존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행위에 대해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