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한국어·문화 소개하는 틱톡커 누라 이자티씨
한국인보다 한국말 더 잘하는 말레이시아인…"정 문화 알리고파"
"제가 좋아하는 한국말인 '고생했다', '수고했다' 같은 표현은 다른 문화권에서 찾기 어려워요.

한국 특유의 정감 있는 문화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주고 싶어요.

"
지난 4일부터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틱톡 코리아가 연 '부산 월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에 참여하고자 부산을 찾은 말레이시아 국적 누라 이자티(30) 씨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국에 있는 공립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그는 무려 188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틱톡커'다.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예절 문화, 나이 체계, 한국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술 게임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당초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외국인을 위해 영상을 만들었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말하는 언어 구사력 덕에 지금은 한국인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끈다.

한국인보다 한국말 더 잘하는 말레이시아인…"정 문화 알리고파"
누라 씨가 처음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K팝이었다.

2010년 고등학생이었던 누라 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가수 슈퍼주니어,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은혁의 영상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당시 슈퍼주니어가 출현한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달리기까지는 일주일가량이 걸렸는데, 누라 씨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누라 씨는 "슈퍼주니어의 노래 '쏘리 쏘리'를 보고 좋아하게 됐다"며 "당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서 혼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부터 교사에 대한 꿈이 있어서 학사, 석사 전공과 무관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교원 양성사업 1기로 졸업해 지난해부터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보다 한국말 더 잘하는 말레이시아인…"정 문화 알리고파"
한국인들이 누라 씨에게 감탄하는 이유는 그가 한국인 특유의 뉘앙스와 화법을 그대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누라 씨가 한국어 공부를 할 동안에 한국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들 특유의 어투와 어감을 비롯해 학창 생활, 연애 문화 등을 개그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개그우먼인 박진주가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을 비롯해 런닝맨, 1박2일 등 다양하게 챙겨봤다"며 "이 프로그램들을 처음 볼 때는 한국 정서가 이해되지 않아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나오는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를 비롯해 다양한 유튜브 채널도 챙겨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인보다 한국말 더 잘하는 말레이시아인…"정 문화 알리고파"
그는 외국인들에게 '영상을 만들어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슴이 벅차다.

이는 누라 씨의 애정 담긴 영상 덕분인데, 그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원활하게 연습하도록 상황극을 만드는 등 다양한 종류의 영상을 만든다.

그는 "흥미를 유발하고 상황극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일부러 한국 멜로 드라마처럼 상황을 구성한다"며 "특히 외국인들은 존댓말이나 반말, 언니나 오빠 같은 존칭을 사용하는데 어려워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더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우리 학교 내 한국어 반도 정원을 초과할 정도"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누라 씨는 앞으로 한국의 정(情)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한다.

과거 말레이시아 내 한국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한국인 사장은 누라 씨가 열심히 일을 했을 때면 꼭 '고생했다', '수고했다'며 격려했다고 한다.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표현이 참 깊다'고 생각했다.

당시 일이 힘들었지만, 위로받는 느낌이라 마음이 뭉클했다"며 "제가 느낀 이 감동을 외국인들에게도 한국 문화로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