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할 일 다 해…시대소명 투철한 새 사람이 내 빈자리 맡아야"
'다선 용퇴론' 확산 가능성에 "선수가 출마 기준 돼선 안 돼"
"국회의장 마지막 날 여야 기립박수 감동…'연합 과반' 선거제 필요"
국회의장 지낸 野 6선 박병석, 총선 불출마 선언…"내려놓을 때"(종합)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은 6일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6선 의원인 박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나의 빈 자리는 시대 소명이 투철하고 균형감각과 열정을 가진 새 사람이 맡아주길 염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이제 국회에서의 내 역할은 내려놓을 때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국회 임기인 내년 5월까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갑에 출마,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6선을 했다.

21대 여야를 통틀어 국회 최다선이다.

앞서 민주당에서 중진인 우상호 의원과 초선 오영환 의원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박 의원은 "23년 전 고향인 대전에서 출마하면서 지역주의 타파라는 간절한 꿈이 있었다"며 "대전 서갑 주민들이 호소를 품어줬고, 크나큰 사랑 덕분에 연속 6번 섬김의 기회를 얻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한 결정적 계기를 묻는 말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며 "300명 국회의원 중 유일한 6선이고, 소위 민주당 험지인 지역구에서 6번 연속 낙선 없이 선택받고 국회 의정을 총괄하는 의장을 했으면 국회에서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으로 여당 중진 의원들에게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결단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다선 용퇴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의장 지낸 野 6선 박병석, 총선 불출마 선언…"내려놓을 때"(종합)
박 의원은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선수가 출마의 기준이 돼선 안 될 것"이라며 "정치도 '노·장·청'의 결합이 가능할 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패기, 장년의 추진력, 노장의 경륜과 지혜가 함께 어우러질 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불출마가 다른 다선이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을 압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에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겠지만 영향을 미칠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민주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며 "보선 승리가 민주당이 잘해서 한 것인지, 반사이익인지 냉철한 판단을 하고 빨리 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대신 총선에서 민주당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민주 개혁진영의 의회 진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의원은 "의장 재임 중에 여야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법을 통과시킨 것이 국가균형발전에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의장 임기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 고별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친 것은 의회 사상 처음이라는 것이 감동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다만 "선거제도 개혁의 본격적 물꼬를 트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1당이든 2당이든 다른 한 당 이상과 합의할 때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연합 과반'을 만들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