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발굴 앞장 김월배 교수 "정황상 안 의사 매장 가능성 가장 높아"
"발굴 위해 한중 협력 절실…일본엔 매장 기록 분명 남아있을 것"
"안중근 유해 발굴 희망 마지막 장소는 뤼순 공동묘지 둥산포"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앞장서 온 김월배 중국 하얼빈이공대 교수는 2일 "안중근 의사 유해를 발굴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곳은 뤼순감옥의 공동묘지였던 둥산포"라며 "유해를 찾기 위한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주다롄 한국 영사출장소 주최로 다롄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유해 매장지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뤼순감옥 인근 3곳 가운데 2곳은 이미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결론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후보지인 둥산포는 일제시대 뤼순감옥의 공동묘지로 사용됐음이 확인됐고, 실제 뤼순감옥 수감자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도 수습한 바 있다"며 "안 의사 유해 발굴의 희망이 남아 있는 마지막 장소"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안 의사 유해 매장지로 거론됐던 뤼순감옥 인근의 위안바오산과 사오바오타이산 등 두 곳은 이미 발굴 작업을 거쳐 안 의사 유해가 매장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던 뤼순 감옥 뒤편의 위안바오산에서는 2008년 충북대와 지질연구원 관계자 등 한국인 14명과 중국인 4명으로 구성된 양국 공동 발굴단이 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를 중단시킨 뒤 깊이 2m까지 파고들어 가며 발굴에 나섰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이곳에 대한 발굴 기대가 컸던 이유는 안 의사 순국 당시 뤼순감옥 형무소장의 딸 이마이 후사코가 제시한 두 장의 사진과 증언에 기초해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깨진 찻잔과 장아찌가 담긴 항아리 등만 나왔을 뿐 유해는 발굴되지 않았다.

"안중근 유해 발굴 희망 마지막 장소는 뤼순 공동묘지 둥산포"
같은 해 뤼순감옥 박물관은 일제시대 조선인 공동묘지가 있었다는 현지인의 제보에 따라 뤼순감옥에서 2km가량 떨어진 사오파오타이산에 대한 독자적인 발굴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안 의사의 유해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뤼순감옥에서 1km 떨어진 둥산포가 안 의사 유해 매장지로 유력해 보이는 이유는 이곳에서 뤼순감옥에 수감됐던 시신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 지역이 뤼순감옥 공동묘지였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1971년 발굴에 나서 원통형 관에 안치된 6구의 시신을 찾아냈고, 이 중 3구는 뤼순감옥 박물관에 보존했다.

이들 관 가운데 한 곳에서는 사망자의 이름이 적힌 남색 약병도 나왔다.

2천㎡ 규모의 둥산포에는 300명가량의 뤼순감옥 수감자가 매장됐을 것으로 중국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970년대 이 이 지역을 '뤼순감옥 공동묘지'로 명명했고, 일반인 묘지가 들어서자 2001년 표지석을 세우고 문화재 보존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남북한이 합의해야 가능하다며 이 지역 발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아카시아 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변했지만, 당시는 민둥산이었고, 볕이 잘 들어 일반인들도 묘지로 많이 사용한 만큼 둥산포가 뤼순감옥 공동묘지였을 것이고, 안 의사도 이곳에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 인물이었던 안 의사는 일반 수감자들과 달리 원통형이 아닌 사각형의 침관(寢棺)에 눕혀진 채 모셔졌던 것으로 당시 언론에 보도됐다"며 "이 일대에 대한 지표 투과 레이더 탐색을 한다면 원통형 관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안 의사의 유해를 모신 침관을 발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중근 유해 발굴 희망 마지막 장소는 뤼순 공동묘지 둥산포"
이어 "중국 땅인 둥산포 발굴은 중국 당국이 협조해야 가능하다"며 "한중 양국의 국가 차원의 논의는 물론, 실무적인 역할을 하는 양국 민간 협력, 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에 안 의사 사형 집행 및 매장 관련 기록이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라며 "사료 확보를 위한 일본의 협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안중근 의사 찾기 한중 민간 상설위원회'가 지난달 결성됐고, 이달 중순 한중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 관련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08년부터 19년째 하얼빈과 다롄 등에 거주하면서 하얼빈 안 의사 동상 건립 실무 작업을 맡았고, 안 의사 유해 찾기에도 앞장서 왔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과 다롄의 한국인과 조선족 등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세미나에 앞서 이날 오전 김 교수의 안내에 따라 안 의사 유해 매장지로 거론된 뤼순감옥 일대 3곳을 현장 답사했다.

앞서 황기철 전 보훈처장과 김 교수 등은 지난 5월 뤼순감옥 박물관 등을 방문,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사전 현지 조사를 벌였다.

황 전 처장은 당시 "역사 기록물과 안 의사 유해 발굴에 참여한 중국 측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살펴보면 둥산포에 안 의사 유해가 묻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안 의사 유해 발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체포된 안 의사는 뤼순감옥에 수감된 뒤 이듬해 3월 26일 사형이 집행됐으며 유해는 아직 발굴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