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미사·4대 종단 기도회 이어 시청앞 광장 추모대회
유족 등 1만명 참석…참사 발생 이태원에도 종일 추모 발길
"'잘가거라' 한마디 못했건만"…이태원 참사 1주년 애도물결(종합)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빼곡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해가 진 뒤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7천명)의 시민이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모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다.

가족을 잃은 슬픈 마음과 고통의 순간을 위로받으면서 1년 전 악몽 같은 시간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우리 아이를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 집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여서 고마웠다, 사랑한다, 잘 가거라' 말 한 마디 못하고 차가운 시신만 마주해야 했던 이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잘가거라' 한마디 못했건만"…이태원 참사 1주년 애도물결(종합)
참사 생존자인 이주현씨는 "저는 항상 서 있을 것이고 생존자로 남아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계속 기억할 것"이라며 "(다른 생존자들도) 나중에 언젠가 조금 더 용기 내실 기회가 된다면 저에게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함께 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유족과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 방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참사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추모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지도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159개의 우주와 159의 세계가 무너진 그날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유족들의 절절한 호소는 오늘도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모대회 대신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광장 추모대회가 민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고 보고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대회에는 외국인 참사 희생자의 외교사절, 일본 불꽃축제 참사 희생자의 유족도 참석해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5명이 사망해 외국인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이란의 사이드 쿠제치 대사와 올가 아파나시에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영사도 참석했다.

오후 6시20분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예지 의원 등 국힘 측 인사들이 추모대회 중간에 서울광장 밖으로 나오자 일부 시민들이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소동이 10분간 이어지기도 했다.

"'잘가거라' 한마디 못했건만"…이태원 참사 1주년 애도물결(종합)
본 추모행사에 앞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추모미사가, 참사 발생 장소인 이태원에서도 4대 종단 기도회가 열렸다.

명동성당 추모미사에서 유경촌 주교는 "유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면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그만 슬퍼해도 될 만큼 관계 당국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가족들의 손을 함께 잡아준다면 유가족들이 슬픔을 안고서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앞 광장 추모대회의 사전행사로 오후 2시부터 열린 추모 기도회에서는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각 종단 인사들이 나와 10여분씩 기도와 독경을 하며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잘가거라' 한마디 못했건만"…이태원 참사 1주년 애도물결(종합)
기도회가 끝난 뒤 유족과 참석자들은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등을 거쳐 시청역 광장까지 약 6.3㎞를 행진했다.

경찰은 도로 사정에 따라 1∼4개 차로를 통제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개별 시민들의 발길도 종일 이어졌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 입구 '추모의 벽' 앞에는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음료, 과자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후중(45)씨는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채유빈(26)씨는 "유족분들을 도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루 빨리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규명이 마무리돼서 유족분들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잘가거라' 한마디 못했건만"…이태원 참사 1주년 애도물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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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