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총선서 우익성향 스위스국민당 득세 두드러져
이탈리아·핀란드·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 이민자 문제로 표심 '우향우'
유럽 선거 향방 가른 이민자 문제…우파 표심 분출 이어져
스위스가 22일(현지시간) 실시한 총선에서도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의 득표율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우익 성향의 정파가 민심의 우위를 점하는 국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마무리되고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급증세를 보이는 이민자 문제로 유럽 각국이 고심 중인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주지만, 주거비 증가와 범죄율 상승 등이 뒤따르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선거 판도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 등이 이날 오후 발표한 총선 예측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국민당이 득표율 29.0%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인 2019년 총선 대비 3.4% 포인트나 득표율을 끌어올려 제1당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

스위스국민당은 급증하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정책 노선을 선거 내내 내세웠다.

반면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은 2019년 총선 때의 기세를 살려 기후변화 대응을 총선 화두로 내걸었다.

예측 조사 결과는 스위스국민당의 승리로 판정했다.

2019년 총선 당시 합산 득표율이 21%까지 나왔던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은 이번엔 16.3%까지 득표율이 곤두박질친 것으로 예측됐다.

이민자 증가 현상에 대한 스위스 국민들의 우려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눌렀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처럼 유럽 선진국들에 고민을 떠안기는 이민자 문제가 핵심 선거 변수로 작용하면서 우익 정당의 득세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는 유럽 각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탄생하면서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강경한 반이민 공약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멜로니 총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주변국들과 마찰을 야기했지만 국내에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해 벌써부터 장기집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 선거 향방 가른 이민자 문제…우파 표심 분출 이어져
스웨덴도 작년 9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고, 당시 돌풍을 일으킨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내각에는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원내 제2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민주당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한 군소 정당에 불과했으나, 반(反)이민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 치안 중시 등의 기조를 앞세워 빠르게 세력을 확장, 주류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이달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구성했다.

연정 구성이 마무리되자마자 핀란드인당이 요구해온 강경한 이민정책 발표가 나왔다.

지난 5월 스페인에선 우파 연합이 총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6월 그리스 총선 때는 중도우파인 현 집권당 압승과 함께 극우 성향의 소수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지난 7월에는 네덜란드에서 연립정권이 이민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해체되는 일이 생겼다.

2010년 총리직에 올라 4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네덜란드의 최장수 총리로 재임 중이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불행히도 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사임했다.

올해 11월 이후 다시 총선을 치를 예정인 네덜란드에서는 우파 정당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아프리카 곳곳의 내전과 정치 불안, 홍수·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이주민들이 유럽 곳곳에 물밀듯이 유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재정 긴축 속에 경제여건이 팍팍해졌다고 느끼는 유럽인들의 여론은 이민 문제 등을 피부로 느끼며 보수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스위스국민당의 토마스 아쉬 연방 하원의원은 AFP 통신에 이번 선거를 전후한 여론 변화와 관련해 "대규모 이민자들이 들어오고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커진 상황"이라며 "유권자들은 사회 안전망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