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이 1000명 늘어나면 서울대 자연계 학과 절반이 의대 합격선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의대 쏠림 현상이 상위권 학생의 연쇄 이동으로 이어져 입시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1000명 늘어나면 의대 합격선(국어·수학·탐구 합산점수 기준)은 종전보다 2.4점(0.8%)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입에서는 3개 영역 만점을 300점으로 계산할 때 285.9점을 받아야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 1000명 추가 합격을 가정하면 이 점수가 283.5점으로 내려간다.

이 경우 서울대 자연계 학과 34곳 중 17곳의 입학시험 결과가 의대 합격선보다 높아진다. 고려대는 30개 학과 중 19개(63.3%)가 의대 합격선에 들어간다. 지금은 의대에 못 가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입학할 수 있는 점수가 되는 셈이다.

만약 정원이 3000명 늘어나면 합격 점수는 현재보다 5.4점 낮아진 280.5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3개 대학 자연계 학과 중 80.2%가 의대 입학이 가능해진다.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자연계 학과의 35.6%도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상위권대 자연계 학과에서 의대로, 중위권 대학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도미노 이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로 대학 서열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대치동 설명회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자녀가 의대에 갈 성적까지는 안 된다고 보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