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과 결산, 사회보험 등 준조세 관련 국회 심의를 돕기 위해 2003년 설립된 국회예산정책처가 19일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5개 정권을 거치며 재정 타당성에 어긋나는 정책엔 ‘쓴소리 보고서’도 많이 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세수 추계, 예산 오차 등도 집어내 각 부처에선 ‘국회보다 무서운 국회예산정책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03년 10월 한나라당 출신인 박관용 국회의장 시절 설립됐다. 행정부 예산 집행과 관련해 국회 감시와 견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재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때였다. 차관급인 예산정책처장을 중심으로 경제학 및 행정학 박사급 인력 등 100여 명이 각종 정책의 재정 타당성을 분석한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역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정책에 대해선 날 선 분석 보고서를 자주 발표해 정부와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2004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것을 트집 잡아 최광 초대 예산정책처장을 직권면직시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와 예산정책처의 대립각이 최고조에 달했다. 2019년 10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재정이 대외 충격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재정 지출 증가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당일 예산정책처가 ‘2020년 예산안 총괄분석’을 통해 확장재정 정책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 전망치와 다른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는데, 예산정책처가 이보다 3년 앞선 2054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는 2021년 60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이유를 유동성 확대로 인한 집값 상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 운용으로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 초과세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문제적’ 보고서로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2009년 1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4대강 사업에 3조500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정책처가 환경부 예산 1조2873억원 등 다른 부처에 숨겨진 4대강 예산을 찾아내면서 하루 만에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