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이달 증가세 전환…미수금 일평균 잔액 올해 최대치
CFD 사태 이후 급격히 증가…증시 조정에 하락 부추겨 악순환
초단기 주식 외상 못 갚아 반대매매 매일 530억…'빚투' 후유증
초단기 외상으로 주식을 샀다가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한 미수거래 반대매매가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급증한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와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테마주 열풍과 이차전지 쏠림이 지속되며 계속 불어나는 모양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는 강제 청산으로 지수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10월 미수거래 반대매매 매일 530억원…미수금 올해 최고치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부터 가장 최근 거래일인 지난 12일까지 10월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잔액은 5천669억원,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1월 대비 3.3배, 4.2배로 뛴 금액이며, 특히 미수금 잔액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2영업일 뒤인 실제 결제일(T+2일) 안에 결제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 거래다.

만기를 보통 3개월 안팎으로 설정하는 신용융자 거래와는 구분된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해 생긴 일종의 외상값으로, 투자자가 이 외상값(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회수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와 반대매매 금액은 평소 각각 2천억원, 100억원대 정도를 기록해오다가 지난 4월 말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대폭 증가했다.

월별로 일평균 미수금·반대매매 추이를 보면, 3월(2천98억원·234억원)→4월(2천330억원·176억원)→5월(4천922억원·489억원)→6월(4천725억원·467억원)→7월(5천456억원·569억원) 등으로 나타나는 등 5월부터 크게 늘었다.

올해 반대매매가 특히 많이 일어난 날은 7월 3∼4일로, 당시는 2차 하한가 사태로 거래가 막혀있던 5종목 거래가 재개된 날이었다.

이후 8월과 9월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514억원, 510억원으로 다소 줄더니 이달 들어서는 53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차액결제거래(CFD)뿐만 아니라 해당 종목에 일반 신용융자와 미수 거래를 한 고객들도 있었다"며 "당시 주가가 연일 내리며 미수금과 반대매매가 급격히 늘어났고 7∼8월 이차전지 등 개별종목 등락이 컸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충당금을 쌓아도 미수채권을 회수하거나 고객이 파산하는 등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는 한 미수금 잔액은 계속 쌓여있다"고 부연했다.

초단기 주식 외상 못 갚아 반대매매 매일 530억…'빚투' 후유증
◇ 신용융자 잔고도 감소세…"증시 약세에 손절매·반대매매 추정"
금투협 반대매매 통계에는 신용융자 거래에 의한 반대매매 금액은 포함되지 않고 미수거래에 의한 것만 잡히지만, 비슷한 속성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라는 점에서 두 거래로 발생하는 반대매매는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융자 거래로 돈을 빌리고 난 뒤 투자자들이 상환을 마치지 않은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20조5천573억원으로 정점에 달했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20조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이달 12일에는 18조5천461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 말 10조원이 넘었던 코스닥시장 신용 잔고는 현재 8조7천866억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며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날 때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바닥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수가 내릴 때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자발적인 손절매로 인한 청산 또는 증권사에 의한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26%, 2.62% 하락했는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전 세계 증시는 대부분 강세를 보여 전문가들은 과도한 '빚투'로 허약해진 수급이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와 신용 잔고가 빠르게 늘어났던 이차전지 업종이나 코스닥지수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가격조정이 손절매성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또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가 시장 하락을 견인할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월초 낙폭이 컸던 경우는 반대매매 물량들이 출회했을 것 같다"며 "코스닥시장의 경우 이차전지로 개인들이 쏠려있었고 시장의 낙폭이 컸을 때 이차전지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출회됐는데 반대매매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