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김 부원장에게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보냈고,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김 부원장에게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보냈고,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16일 계파색이 옅은 수도권 의원들을 주요 당직에 앉히는 쇄신안을 내놨다. 1970년대생이 대거 기용되며 임명직 당직자들의 평균 연령도 크게 젊어졌다.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 은퇴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밝힌 김기현 대표가 쇄신 강도를 높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 회피를 위한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70년대생’ 전면 배치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보궐선거 직후 공석이 된 주요 임명직 당직자의 인선을 확정했다.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이 임명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조직부총장은 원외의 함경우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맡게 됐다. 정책위원회 의장은 3선의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이 맡게 됐으며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재선의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갑)이 기용됐다.

이들 인사의 특징은 기존 지도부에 비해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비교적 옅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의 공천 실무를 주도할 사무총장에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빠지고, 이만희 의원이 배치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만희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의 수행단장을 지냈지만 계파색은 강하지 않다는 평가다.

여당의 정책을 이끌고 정부와 조율해야 하는 정책위 의장에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 의원이 임명된 것도 마찬가지다. 유 의원은 국민의힘이 고전하는 수도권에서 세 차례 당선돼 총선 경쟁력을 입증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도 정책위 의장을 지낸 바 있다.

수도권 인사가 전진 배치된 것도 특징이다. 이날 임명된 당직자 가운데 비수도권은 이 사무총장과 박정하 수석대변인뿐이다. 연령대도 대폭 낮아졌다. 1970년대생(유의동·함경우·김성원·윤희석)과 1980년대생(김예지)을 대거 기용하면서 임명직 당직자 평균 연령도 직전 58세에서 52세로 내려갔다.

김기현, 당·정·대 관계 변화 예고했지만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보궐선거 공천이 이뤄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김 대표는 이날 “당과 정부,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정·대가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하되,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관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강조’ 등으로 중도층이 떠나가는 데도 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도 이날 당과의 소통 강화를 참모진에게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당정을 더 활성화하라는 지시”라고 전했다. 여당 임명직 당직자 교체와 관련해선 “당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제기된다.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지도부에 앉혔다지만 대통령실이나 김 대표의 뜻에 거스르며 쓴소리할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임명된 인사들이 비교적 중량감이 떨어져 친윤 핵심인 ‘권성동·장제원 역할론’이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당장 새 임명직 당직자 명단이 나온 직후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조수진 최고위원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며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고 했다. 쇄신 강도가 기대에 못 미쳐 김 대표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 부위원장은 관련 논란에 사과하며 부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