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인회사 대표,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송치
"건물만 200채 상당 보유 추정…피해 세대 3천세대 이를 것"
"언젠간 터질 시한폭탄" 대전 또다시 대규모 전세사기 터지나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나온 대전에서 다시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말 대전 지역 부동산 법인회사 대표 김모(49)씨를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하는 등 김씨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0년 3월부터 자신 명의의 다가구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대상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관련 피해자만 150여명, 피해 금액은 16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와 관련된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김씨가 본인과 친동생, 여자친구, 법인회사 명의로 소유한 건물만 200여채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명의 건물은 대전 등지와 서울, 세종시까지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21년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법인회사를 차리고 공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싼값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짓거나 갭투자 방식으로 건물을 사들였다.

"언젠간 터질 시한폭탄" 대전 또다시 대규모 전세사기 터지나
김씨 건물 세입자들과 부동산 업계는 관련 피해 세대만 3천세대, 피해 금액은 최소 3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한다.

김씨는 대전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인물로, 업계에서는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유성구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 (김씨가)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에 투자했던 것들이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를 잘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대부분 갭투자로 사들여 위험성이 다분해 이 사람 매물은 거래하지 않았다"면서 "(김씨가) 건물 관련 은행 이자만 한 달에 몇억씩 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결과적으로 폭탄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인데, 당시 저렴하게 건물을 사들여 시세차익이 있기 때문에 (김씨가) 어느 정도 건물을 정리하면 피해 세입자들을 구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만약 경매 절차를 밟는다면 은행에서 선순위를 가져가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 이후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서상 등기부등본과 거래 시 기재된 선순위 보증금이 허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김씨와 특정 세 곳의 공인중개사무소와의 공모도 의심하고 있다.

많은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체결한 공인중개사무소 전화번호와 김씨의 법인회사 대표 전화번호가 같은 번호였다는 것이 이유다.

이들 공인중개사무소는 현재 모두 폐업한 상태다.

"언젠간 터질 시한폭탄" 대전 또다시 대규모 전세사기 터지나
최근 김씨의 친동생인 A씨는 일부 피해 세입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표인 김씨가 보증금 반환에 의지가 있다고 전했고, 보유 중인 토지나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건물 명의자로 있는 A씨나 김씨의 여자친구에게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전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의 피해 세입자들은 대부분 20∼30대로, 피해 금액은 가구당 1억5천만원부터 2억5천만원까지 다양하다.

김씨 건물 중 도안동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피해 세입자 홍성민(27)씨는 결혼하고 2년 만에 모은 돈과 부모님으로부터 어렵게 받은 지원금으로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했다.

홍씨는 "어린 자녀도 있는데, 결혼 2년 만에 마련한 신혼집이 전세사기인 것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전세사기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전세 세입자 누구라도 안심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선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