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프로축구 수장, EPL에 서한…"이런 일 규탄 못 한다니 충격"
[이·팔 전쟁] 하마스 공개 규탄 안 한 잉글랜드축구협회에 안팎서 비판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팎에서 유대계의 비판에 시달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에레즈 핼폰 이스라엘 프로축구리그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리처드 매스터스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분쟁에 대한 잉글랜드 축구계의 반응이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핼폰 회장은 "많은 나라가 명백히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 설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향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고, 하마스의 끔찍한 테러 행위에 대한 비난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스터스 CEO를 향해 "'명백한 비난', '끔찍한 테러 행위', '대량 학살' 등 용어가 이 공동 성명에 들어갔다.

이 정도의 표현이 나오려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제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상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EPL이 이런 행위를 규탄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실망스럽다"며 "클립, 팬, 지도자, 선수들이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명백하고 공개적으로 규탄하기를 기대한다.

당신들이 낸 첫 메시지는 모호했다"고 비판했다.

[이·팔 전쟁] 하마스 공개 규탄 안 한 잉글랜드축구협회에 안팎서 비판
FA는 이날 '축구 성지'로 꼽히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자국과 호주의 평가전이 시작하기 전 분쟁에 따른 희생자들을 묵념으로 추모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기' 색 조명은 밝히지 않았다.

FA는 큰 사건이 있을 때면 웸블리 스타디움의 아치 모양 구조물 조명을 활용해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공받았을 때는 우크라이나 국가의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불을 밝혀 연대 의사를 밝혔다.

BBC에 따르면 11일 FA가 이 사안을 논의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조명이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또 고위층 일부는 중동 분쟁에서 FA가 한쪽의 편을 든다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FA 산하 조직으로 축구계에서 종교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믿음과 축구'의 장을 맡은 라비 알렉스 골드버그는 이에 항의하는 취지로 아예 직을 내던졌다.

유대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주이시 뉴스'(Jewish News)에 따르면 골드버그는 마크 벌링엄 FA CEO에 유대인을 노린 참극이 벌어졌는데도 웸블리 스타디움의 조명을 쓰지 않는 데 실망의 뜻을 전했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산하 조직으로, 팀에 몸담았던 전직 선수를 돕는 자선 단체 '트리뷰트 트러스트'의 조너선 아델만 회장도 구단의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며 사임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팔 전쟁] 하마스 공개 규탄 안 한 잉글랜드축구협회에 안팎서 비판
토트넘도 현재 FA, EPL처럼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넘어서 하마스에 대한 직접적인 규탄 성명은 내지 않았다.

아델만 회장은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FA보다 우리 구단이 더 좋은 일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며 "이스라엘 국적 선수가 있을뿐더러 우크라이나를 명확히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국가대표 공격수 마노르 솔로몬은 현재 토트넘에서 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