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기업 대출이 1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9월 기준)로 치솟으며 부실 경계경보를 울렸다. 상반기(월평균 6조6000원) 대비 71% 급증한 것도 그렇지만 중소기업이 대출을 주도한 점이 걱정을 더한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연체액이 4조3786억원(6월 말)으로 작년 말보다 39.6%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용’보다는 ‘급전용’ 대출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 및 가계부채 심각성에 가려져 관심이 다소 덜하지만 기업부채는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121.4%(6월 말 2705조원)로 글로벌 금융위기(99.6%)와 외환위기(113.6%) 때를 웃돈다. 가파른 부실 증가가 더 큰 문제다. 부실기업 부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4%(금융연구원)씩 늘어 상장사의 17.5%(한국경제인협회)가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제2금융권의 대출이 특히 심각하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6월 말)로 1년 만에 2.93%포인트 급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 35.1%로 10곳 중 4곳꼴이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저신용 자영업자들은 금리 상승 국면을 맞아 대거 생존 기로에 섰다. 2분기 자영업자 연체액은 7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연체율(1.15%)도 8년9개월 만의 최고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4월 도입한 76조원(35만 명)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가 다섯 번의 연장 끝에 지난달 종료됐다. 최대 뇌관은 130조원 규모의 살얼음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상반기에 만기 연장으로 PF 대출의 손실인식 시점을 늦춰놨지만 이후 금리 및 공사비 상승이 지속돼 대거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기업부채발 경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채 중독 국정 운영 탓이 크지만 윤석열 정부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다. 부채를 모니터링하고 남의 일처럼 경고하는 데만 열심이었을 뿐 대응 조치를 두고선 핑퐁 하는 양상을 보였다. 고름은 시간이 지나도 살이 되지 않는다. 고통스러워도 짜내야 새살이 돋는 게 세상 이치다. 사과 떨어지기를 바라듯 대외 여건 개선과 수출 회복만 기다리다가 금리, 환율이 마지노선을 넘는 최악 상황이 도래하면 어쩔 것인가. 좀비기업을 살리려고 건실한 기업까지 위기로 몰아넣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가장 낮은 비용을 치를 때’라는 생각으로 과감한 구조조정과 살릴 기업은 살리는 정교한 정책금융을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