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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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의 파급 효과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효능 좋은 글루카곤유사펩티드(GLP)-1계열 비만치료제의 등장으로 웨이트 워처스와 같은 전통적인 다이어트 업체에 영향이 불가피하단 뉴스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체중을 15%나 줄일 수 있다니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소비자 상품 구매 패턴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발표에는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비만치료제의 영향력이 도대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섭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월마트는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물품과 칼로리가 조금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월마트가 구매자들에 대한 익명의 데이터를 사용해 비만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구매 패턴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아직 비만치료제의 영향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구매 패턴에 변화가 감지된 것만으로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입니다.

약국을 보유하고 있는 월마트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위고비와 같은 GLP-1계열 약물의 매출이 크게 증가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 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위고비 매출 증가가 불러온 구매자의 식품 구매 패턴 변화에 월마트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월마트의 긴장감은 GLP-1 계열 약물의 영향력에 대해 그동안 느슨하게 생각해 왔던 식품업계에 인식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분석가들은 2035년이 되면 미국 인구의 약 7%에 이르는 사람들이 비만치료제를 복용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칼로리 소모가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다이어트나 비만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스낵류나 사탕류, 피자와 햄버거의 소비가 줄어 이들과 단짝인 탄산음료의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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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식품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식료품과 스낵, 냉동 포장식품을 판매하는 콘아그라 브랜즈의 숀 코널리 최고 경영자는 만일 비만치료제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칼로리 소비가 줄면 새로운 건강보조 식품을 개발하거나 상품의 패키지 사이즈를 변경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리얼로 유명한 캘로그 또한 제약회사가 사람들의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식품 판매업, 포장식품 판매업자, 레스토랑 등 미국인의 음식 소비 습관의 변화로 영향을 받는 업체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분명한 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치료제의 확산이 이제 막 시작돼 성장 곡선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고비보다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운자로는 올해 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결정될 예정으로 출시 전입니다. 아직 판매도 하지 않은 상황인 거죠.

가장 먼저 위고비의 타격을 받은 미국 다이어트 업체 웨이트 워처스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의 음식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라는 모토에서 위고비를 복용하면서 보다 건강한 다이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습니다. 한마디로 위고비와 공생을 선택한 겁니다. GLP-1계열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근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새로운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위고비와 공생하면서 약점을 채워주는 생존 전략입니다.

미국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이며, 이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만치료제의 파고는 미국 다이어트 업계를 넘어 식품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은 명확해 보이며, 이들도 비만치료제와의 공생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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