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박힌 인물화부터 원석 작품들까지 ... 한지혜가 선보이는 '보석 세계'

구띠갤러리 한지혜 개인전 '화양연화'

분명 벽에 걸린 건 색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흑백 인물화’인데, 멀리서도 반짝거린다. 이 전시장에 걸린 모든 인물화가 그렇다. 가까이 보니 모든 그림 위에는 보석이 덧대어져 있다. 생소한 이 기법의 이름은 ‘크리스탈 콜라보’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등 해외 작가들은 이 기법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국내 유일 ‘크리스탈 콜라보’ 기법으로 그린 인물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한지혜 작가가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서초동 구띠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화양연화’가 그것이다.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던 한지혜는 수묵화와 유화를 접목한 작업 방식을 고수했다. 동양과 서양의 매력이 한 그림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미국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2년부터 그는 매거진에 매주 기업 CEO들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그려내며 한국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한지혜는 자신이 그리는 인물화에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보석’을 택했다. 해외 거장들이 그린 크리스탈 콜라주 기법에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기법은 작가가 캔버스에 직접 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일일이 보석을 입혀야만 하는 고된 작업이다. 하지만 완성된 후에는 색채가 없어도 화사함이 드러난다. 2013년 크리스탈 인물화 전시를 연 한 작가는 “인물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도 그는 지금까지 그려 온 보석 인물화를 선보인다. 캔버스 속 빛나고 있는 인물에는 마릴린 먼로 등 스타에서부터, 그가 과거에 그렸던 기업인들까지 다양하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보석 인물화를 넘어 보석 그 자체에도 주목했다. 국내 처음으로 ‘보석 오브제’ 작품들을 들고 관객을 찾는다. 플라스틱과 유리 등 흔한 재료를 깎고, 색을 입히고 세공하는 과정을 거쳐 모양과 색, 그리고 빛깔까지 모두 보석처럼 재탄생시켰다. 그가 전시장에 선보인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의 보석 작품은 실제 보석이 섞이지 않았음에도 마치 진짜 원석을 연상시킨다.

한 작가는 “인물화를 그리다 2019년 보석에 관한 전시를 의뢰받았다”며 “그 때 처음으로 보석에 대해 깊이 탐구했고, 보석만이 가진 매력에 빠졌다”고 작업 계기를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누구나 원하고 바라는 ‘탐욕의 물건’이기도 한 색색의 보석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담았다. 그는 “보석이라는 매체에는 인간의 꿈과 바람, 희망, 그리고 욕심까지 모두 담겼다”며 “이런 물체는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 전시에서 느낄 수 있는 보석의 매력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는 보석 하나하나마다 문화적, 역사적, 그리고 상징적인 가치를 담았다. 그는 "보석은 인간과 오랜 시간 함께 존재했고, 그 안에는 깊은 역사와 의미가 담겼다"며 "단순한 미적 즐거움이 아닌 보석 속 이야기와 가치를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