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대 정시 40%룰도 유지…'안정성·공정성'에 무게
'오지선다형 수능' 패러다임은 못 바꿔
[2028대입] 공통과목 체제로 전환했지만, '서술형 수능'은 빠졌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은 선택과목을 없애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는 평이다.

교육부는 막판까지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논·서술형 문항 도입을 고민했으나, 결국 시안에 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큰 틀의 변화가 없어 미래형 대입제도로 이행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시안 마련 과정에서 논·서술형 문항 도입을 검토했지만,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려 이번 방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고교수업 과정에서 논·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다뤄보지 못한 상황에서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출제할 경우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각 교육청에서 고교에 권장하는 논·서술형 평가 비중은 20∼35%에 불과하다.

수능 논·서술형 도입에 앞서 내신 논·서술형 평가 확대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부가 대대적인 교사 연수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지만, 시간적 여유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2028학년도 대입을 치를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할 때까지 불과 1년 5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입 제도가 갑작스럽게 방향타를 틀 경우 사교육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교육계에서는 대입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이 대대적인 '불안 마케팅'을 펼쳐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사교육대책팀을 10년 만에 부활시키고, 9년 만에 사교육 종합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사교육 잡기에 열을 올리는 현 정부로선 '수능 논·서술형 문항 도입'이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교육부 정책토론회에서 "논·서술형 등 새로운 문제 유형 등장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쪽으로 부작용이 커지면 곤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2028대입] 공통과목 체제로 전환했지만, '서술형 수능'은 빠졌다
교육부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을 40% 이상 유지하는 '정시 40% 룰'도 대입 안정성을 위해 유지한다.

교육부는 2020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의 수시모집 전형이 불투명하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공정성 강화를 위해 2023학년도부터 정시 40% 룰을 적용 중이다.

여전히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만큼, 정시 40% 룰을 건드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남녀 4천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는 항목으로 가장 많은 30.8%가 '수능'을 꼽을 정도로 수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내신은 5등급제로 바뀌더라도 수능 등급 체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9등급제다.

수능 등급 체제를 개편할 경우 '수시 최저학력 기준' 등 큰 틀의 변화가 발생해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8대입] 공통과목 체제로 전환했지만, '서술형 수능'은 빠졌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제도 운용상의 우려와 공정성 논란, 사교육 과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입 개편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시안은 사교육 시장을 자극하지 않고 선택과목 유불리라는 현 수능의 문제점만 개선한 절충안으로 보인다"며 "입시 변화를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능 논·서술형 도입이 미뤄지면서 학생들을 계속해서 '오지선다형' 시험에 가둬놓았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 등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시대에 아직도 학생들에게 과거 방식대로 '정답 찍기'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전 고려대 총장)은 지난 7월 '2028 대입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무조건 줄 세우기로 수능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이제 끊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