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실 공사, 근본적 원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최근 아파트 신축 과정에서 외벽 및 지하주차장 등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공사의 안전과 부실 공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0년 이상 건설산업에 종사한 필자로서도 상당히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건설산업에서 건전한 생태계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콘크리트 품질이 저하된 가장 큰 원인은 우수한 품질의 골재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가장 품질이 우수한 산림골재는 산림청에서 신규 석산 허가가 거의 중단됐고, 기존 석산도 허가를 연장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대량 공급으로 수급을 지탱하던 바다모래는 어민들의 반대로 채취가 거의 어렵다시피 됐다. 결국 흙 성분이 함유된 골재나 마사토, 재생골재 등이 대량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산림골재나 바다모래 등 양질(良質)의 골재를 대량으로 공급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레미콘의 품질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는 공사비 문제다. 이는 진부한 주제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동안 공공 공사에서는 공사 과정에서의 자재비나 인건비 상승, 레미콘 수급 지연, 건설노조의 업무 방해, 화물연대 파업, 폭염 대책,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늘어나는 공사비 증가를 시공사에 전가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이 때문에 시공사 측에서는 저가의 하도급사를 찾게 되고, 현장 기술자 배치를 줄이는 등으로 현장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따라서 안전 확보와 연계해 공사비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셋째는 설계와 공사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다. 전단 보강근의 미시공은 일부러 철근을 빼먹은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의 실수다. 이는 한국 현실에서 볼 때 촉박한 설계 기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인천 검단 현장의 경우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방식으로 발주됐는데, 이 방식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려면 설계사와 시공사가 협업하는 시공 전 단계에서 충분한 시간과 비용이 확보돼야만 한다. 하지만 주택공급 목표 달성이라는 목적 때문에 적정한 설계나 공사 기간이 제공되지 못했던 것 같다. 건설사업에서 ‘안전’이 우선되려면 법적으로 충분한 설계·공사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끝으로 건설인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앞으로 안전한 건설현장이 되도록 현장 노무자 교육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품질 및 투명한 프로세스가 확보될 수 있도록 시공 과정의 혁신 및 생산성 향상을 이뤄나가야 한다. 또 유능한 건설 경영자나 기술자가 제대로 대우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설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토대로 건설산업이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