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간첩법 시행 후 활동 강화·영역 확대 …미중 관계 논평까지
음지에 있던 中 방첩기관, 이젠 소셜미디어로 홍보·선전전 앞장
'음지'에 있던 중국의 방첩기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동을 강화하고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내부 선전 강화라는 해석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강화된 방첩기관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첩보·간첩 색출 등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달 약 50건에 달하는 게시물을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에 올렸다.

일부는 일요일에도 올렸고, 3개의 영상도 게시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수십년간 노출을 자제해왔으나 지난 8월 1일 갑자기 위챗에 계정을 개설하고 '반간첩법은 모든 사회의 동원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첫 게시글로 올렸다.

이후 활발히 게시물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미중 관계 같은 전통적으로 다른 기관이 관할하는 영역에 대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외국 간첩을 신고하는 별도의 위챗 계정도 개설하고 대중의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국가안전부는 위챗 계정의 팔로워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36건의 게시글에는 각각 조회수 집계 상한인 10만회의 조회수가 기록됐다.

또 8월 초 게시된 2개의 방첩 영상은 각각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했다.

게시글의 30% 가까이는 과거와 현재 중국에서 벌어진 미국의 첩보 활동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그중에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했던, 미국 정보당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해킹 사건도 포함됐는데 중국이 해당 사건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또 중국 법원이 지난 5월 홍콩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 존 싱완 렁이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일련의 간첩 사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공개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국가안전부는 이와 함께 현재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인다며 "냉전적 사고방식", "제로섬 게임과 패권주의 조장"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판하는 논평들도 올렸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7월 1일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한 개정 반간첩법이 시행된 후 이뤄졌다.

텍사스대 시나 체스트넛 그레이튼스 부교수는 SCMP에 "국가안전부의 새로운 위챗 계정은 주로 자국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시진핑 치하 중국 정치 체제에서 특히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국가안전부가 갈수록 두드러진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국가안전부의 소셜미디어 활용술은 이 부서를 이끄는 천이신 부장(장관)의 특기라고 짚었다.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천이신은 20차 당대회를 통해 국가안전부 수장에 올랐다.

천이신은 그에 앞서 2018년 3월부터 공산당의 공안기관 지휘 사령탑인 중앙정법위원회(중앙정법위) 비서장을 지내면서 중앙정법위 소셜미디어 계정 '창안젠'을 잘 활용했다.

셰마오쑹은 "직원 채용의 기능적 목적으로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미국 정보기관과 달리 중국 국가안전부의 위챗 계정은 주로 선전 채널로, 시 주석의 총체적 안보 개념과 정치적 신조, 방첩 의식을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전부는 그동안 비밀리에 일해왔지만 미중 정보전의 시대인 현재에도 계속 주목받지 않으려 한다면 (방첩을 강조하는) 공식 내러티브에 대한 통제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 덩위원은 "국가안전부의 레토릭(수사)은 중국 내에서 목소리를 더 키우려는 노력을 반영한다"며 "그들은 늑대 전사 역할도 하고 싶어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