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발레와 환상여행…로미오와 줄리엣에 울고 고집쟁이 딸에 웃고
10월부터 연말까지 명품 발레 공연들이 쏟아진다. 고전을 재해석해 현대적인 감성을 덧댄 모던 발레의 정수 ‘로미오와 줄리엣’ 부터 현존하는 전막 발레 중 가장 오래된 ‘고집쟁이딸’, 클래식 발레의 기교를 총집합한 ‘돈키호테’까지…. “호두를 까야 한 해가 끝난다”는 발레 마니아들의 말처럼,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호두까기 인형’은 올 12월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마요 ‘로미오와 줄리엣’ 첫 내한
마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국내에선 국립발레단이 라이선스 공연으로 여러 차례 선보였다. 2000년 초연 당시 발레리노 김용걸(현 한예종 교수)과 발레리나 김지영(현 경희대 교수)이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았고, 201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재공연 됐다. 발레 팬들에게 익숙한 작품이지만 이번엔 ‘오리지널’로 볼 기회가 생겼다. 이 작품의 초연 단체이자 마요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직접 내한하기 때문이다. 모던한 무대 장치와 절제된 조명, 슬로모션 기법을 사용해 감정 표현을 극대화한 ‘영화같은 발레’다. 서울(10월 13~15일·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구(10월 7~8일·수성아트피아 대극장), 강릉(10월 18일·강릉아트센터) 등에서 공연한다. 이 발레단의 한국인 수석 무용수인 안재용도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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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딸·돈키호테…유쾌·통쾌한 발레

국립발레단은 다음달 8~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고집쟁이 딸’을 공연한다. 1789년 7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현존하는 전막 발레 중 가장 오래됐다. 부잣집에 시집 보내려는 엄마 몰래 가난한 농부와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을 그려낸 코믹 발레다.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국내 처음 선보인 프레데릭 애쉬턴 안무의 영국 로열발레단 버전이다. 세밀하고 소소한 동작과 연기가 특징으로, 스토리와 전개가 사랑스럽다. 1막 2장의 ‘파니 엘슬러’ 파드되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사랑하는 연인이 리본을 이용해 춤추며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천상의 발레와 환상여행…로미오와 줄리엣에 울고 고집쟁이 딸에 웃고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달 6~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돈키호테’를 공연한다. 스페인 극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과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가 어우러진다. 1869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했다.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재치 있는 젊은 이발사 바질의 사랑이야기로, 고전발레의 정교하고 화려한 기교가 총망라된 작품이다.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과 연속 점프,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 등이 펼쳐진다. 1막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 3막 결혼식 그랑 파드되 등이 명장면이다. 이번 공연엔 지난 6월 발레의 오스카상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발레리나 강미선 등이 키트리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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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비교하는 재미

연말엔 두 발레단이 각각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낭만파 작가 E.T.A 호프만이 지은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을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가 각색하고, 러시아 고전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발레 대본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악을 입혔다.

국립발레단(12월 9~25일, 예술의전당)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을 선보인다. 무용수 24명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송이를 표현한 1막 피날레 눈송이춤, 세계 5개국(스페인·중국·러시아·프랑스·인도)의 민속춤을 가미한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 등이 하이라이트다. 유니버설발레단(12월 21~31일, 세종문화회관)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이다. 1막 대미를 장식하는 눈송이 왈츠와 2막 로즈 왈츠가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