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투표 보조인 허용 여부는 현장에서 파악해야"
장애인단체 "선거권 행사할 수 없어 명백한 차별행위"
발달장애 투표 차별구제소송 기각…"무조건 편의제공 의무없어"
발달장애인들이 투표소에서 투표 보조인의 도움을 받지 못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산지법 민사9부(신형철 부장판사)는 4일 오후 발달장애인 A씨 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외부 투표 보조인을 허용하지 않은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는 보이지만 이 법률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투표 보조인의 허용 여부는 원고들의 상태를 반드시 현장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 비추어서 원고들에게 무조건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할 의무나 대한민국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주문의 내용은 기각이지만 원고들이 주장하는 법리나 청구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함세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판결 이후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임과 의무"라며 "발달장애인의 장애를 이유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며 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소송대리인단은 공직선거법이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오히려 침해하도록 해석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시각·신체 장애'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지역선관위와 투표소마다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후보자란에 정확히 날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걸음걸이나 시력 등에 문제가 없으면 투표소 관계자들이 '시각·신체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투표 보조를 제공하지 않는 때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