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남문파와 전쟁 선포합니다.”
유튜버 A씨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남문파는 조직폭력배(조폭)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 경기 수원의 한 번화가에서 조폭들과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대치 상황을 벌이는 등 큰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는 충청지역의 한 조폭과 체육관에서 일대일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A씨와 조폭 간 싸움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약 2만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조폭 사냥꾼’이라고 설명한다. ‘건달들의 우정테스트’ ‘남문파의 실체’ ‘깡패가 저를 죽이려고 한다’ 등 조폭을 키워드로 각종 영상을 제작하며 인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A씨는 다른 유튜브 방송에 나와 “조폭과 다툼 이후 시청자들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A씨처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조폭 관련 콘텐츠를 통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전·현직 조폭들이 자신의 범죄 무용담을 설명하면서 시청자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유튜버 들은 콘텐츠를 자극적으로 선정적으로 제작하면서 물의를 빚는 경우도 나타난다.
현직 조직폭력배의 모습 / 서울경찰청
현직 조직폭력배의 모습 / 서울경찰청
유명 연예인 출신 유튜버 B씨는 현재 조폭을 콘셉트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약 2년 만에 구독자 수가 34만명으로 늘어났다. B씨는 과거 공중파 방송에 자주 나왔다. 전·현직 조폭을 배우로 섭외해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 B씨를 통해 인기를 얻은 조폭들은 스스로 개인 채널을 만들어 활동한다. 수원의 한 조직폭력배 C씨도 B씨 콘텐츠 배우로 활동하다가 개인 채널을 냈다. C씨도 현재 구독자 수 수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C씨는 “과거 조폭들은 유튜버를 경박하다고 무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됐다”며 “온라인에 인기를 얻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 강간, 마약, 폭행 등 각종 강력 범죄를 저질렀던 전과자들도 상당수 있다. 조폭 콘텐츠로 활동하는 D씨는 수도권의 유흥업소들을 상대로 협박해 돈을 뺏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당시 그는 마약 복용, 강간 등의 혐의로도 재판받기도 했다.
조폭 이미지 / 서울경찰청
조폭 이미지 / 서울경찰청
조폭 유튜버가 큰돈을 벌자 정치권에서는 청소년들이 악영향을 받는다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조은희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2022년 기간 동안 E 채널 (17위), F 채널 (37위), G 채널 (113위) 등이 각각 5억3000만 원, 3억5000만 원, 1억8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조폭을 콘텐츠로 활동하는 채널이다. 조은희 의원실 관계자는 “유튜브를 검열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며 “유튜브의 조폭 콘텐츠들이 대부분 시청 연령 제한이나 콘텐츠 심의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시청 연령제한 등의 제재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