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친구' 스틸
사진=영화 '친구' 스틸
영화 '친구'에도 등장했던 폭력조직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패싸움을 벌여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박성민 부장검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등의구성·활동) 등 혐의로 칠성파 조직원 4명과 신20세기파 조직원 8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중 칠성파 조직원 2명과 신20세기파 조직원 3명 등 5명이 구속됐고, 현재 도주 중인 칠성파 조직원 1명에 대해서도 검찰이 추적하고 있다.

두 조직의 집단 난투극은 2021년 10월 17일 새벽 부산 중심가인 서면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부산경찰청은 집단 폭력 사건을 불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조직폭력 사건이라는 판단에 전면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재조사와 접견 녹취록 확보 등이 이뤄졌다.
기절한 피해자를 방치하고 선배 조직원에게 굴신경례하는 장면. /사진=부산지검
기절한 피해자를 방치하고 선배 조직원에게 굴신경례하는 장면. /사진=부산지검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 조직원은 서면 한복판에서 '깍두기 인사'(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인사)를 하며 위화감을 조성했고, 서로 간 집단구타를 하며 무고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야기했다. 검찰은 "단순 폭행 사건이 아닌 부산 양대 조폭들이 위세를 과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조직적·집단적 범죄단체 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조직원 중 4명은 이미 지난 4월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범죄 단체활동 혐의가 적용돼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죄단체활동죄는 법정형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에도 등장하는 부산지역 토착 폭력조직이다. 1980년대부터 40년이 넘도록 주도권을 두고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

칠성파는 1970년대부터 부산의 유흥업소 등을 주요 수입 기반으로 삼아 지역 조직폭력계의 주도권을 잡았고, 이를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규모는 200명 정도다. 신20세기파는 1980년대부터 부산의 오락실을 주요 수입 기반으로 삼아 왔고, '반칠성파' 연합을 구축해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원은 약 100여명이다.

이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던 이들의 갈등은 긴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특히 1993년 7월 칠성파 간부 조직원이 후배 조직원을 동원해 신20세기파 간부 조직원을 살해한 사건은 영화 '친구'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2005년 8월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신20세기파 조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가하자 2006년 1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신20세기파 조직원 60명이 칠성파 조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2020년 9월에는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조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2021년 5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문상 중이던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가 난투극을 벌이는 등 보복 범행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부산에는 검찰이 전국적으로 관리하는 조직폭력배의 15%가 집중돼 있는데 문제의 두 조직이 여전히 활개를 치면서 치안을 훼손하고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불구속 송치된 이들을 구속기소 함으로써 폭력조직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