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원받는 北, 보복 우려 않고 무기개발·도발 계속할 환경 조성돼"
美전문가 "러, 北에 외교생명줄 제공…첨단무기 지원엔 의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큰 관심을 끈 것에 비해 북한이 러시아에서 군사적으로 얻는 것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한미전략포럼에서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우려할 부분이 많지만 난 아직 공황 상태(panic mode)에 빠질 때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에 무엇을 구체적으로 제안했을지 불확실한 점이 많다면서 "지금 러시아가 위성이나 미사일,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북한에 넘길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협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대북 제재를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빈말일지라도 푸틴의 공개 발언은 제재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북한에 모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뭘 많이 얻든 적게 얻든 북러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원하는 새로운 미래에 필요한 외교적 생명줄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도 러시아가 북한의 구형 탄약을 받는 대가로 첨단무기 기술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며 에너지와 식량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은 배경에는 중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이기는 게 아니라 쇠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며 이것은 김정은에게 딜레마가 되고 좌절감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간 이유에는 이 좌절감을 극복하려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은 중국 외에도 다른 파트너를 두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美전문가 "러, 北에 외교생명줄 제공…첨단무기 지원엔 의문"
반면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믿을 수 없고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두 지도자가 만난 사실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무력해진 상황에서 이제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까지 받게 됐다며 북한이 보복을 우려하지 않고 무기 개발과 도발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러회담에 대해 "엄청난 것들을 예상했지만 내 생각에 게임 체인저는 아니었다"며 "김정은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도 매우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핵 탑재 탄도미사일과 사이버 등 비대칭 역량을 충분히 구축해왔고 김정은은 그 역량을 어떤 형태로든 곧 사용할 것 같다"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테리 소장의 우려를 공유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요약된다면서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체·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이 점점 더 깊은 경제적 수렁에 빠질수록 그의 유일한 출구 전략은 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을 하는 것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