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黨 위기에도…당권 '완전 장악' 나선 친명
더불어민주당 당권파인 친명(친이재명) 세력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당권 장악에 나섰다. 비명(비이재명)계가 주로 포진했던 원내지도부는 물론 탕평 차원에서 배정된 비명계 최고위원도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대표가 24일 만에 단식 투쟁을 중단했지만, 당의 내분은 ‘내전’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

갈등만 키운 방탄 단식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오늘(23일) 의료진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단식을 중단하고 회복 치료를 받기로 했다”며 “민주당 당무위원회 등 각계에서 단식 중단 요청이 잇따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료진과 협의하에 26일 열릴 구속영장 심사에도 출석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환영하면서도 “면죄부는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긴 기간 정치를 멈춰 세운 명분 없는 방탄 투쟁을 이제라도 멈춘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이 대표는 이제라도 사법 절차에 임하고, 산적한 민생 현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민주당에 주문해달라”고 요구했다.

李 지킨다며 당권 장악 나선 친명

이 대표의 단식 중단에도 9월 정기국회의 교착 상태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강도 높은 계파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인 21일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 전원의 사퇴를 발표했다. 친명계가 이 대표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출신인 박 원내대표를 ‘표결 단속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끌어낸 셈이다. 23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고민정 최고위원과 함께 둘뿐인 ‘비명 최고위원’ 송갑석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임했다.

친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주요 직을 모두 차지하는 철저한 당권 장악을 다짐하고 있다. 26일 새 원내대표를 뽑기 위한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도전장을 낸 이는 우원식(4선)·김민석·남인순·홍익표(모두 3선) 의원 등 모두 친명계다. 이들은 출마의 변에서 하나같이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에 맞서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고 했다.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직에도 친명 중진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친명 원외 인사들의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입장문을 내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투쟁적이며 열성 당원을 생각하는 원외 인사가 지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극단적 내분에 9월 국회 ‘올스톱’

정치권에서는 26일이 향후 정국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초선 비명계 의원은 “온건한 성향인 박 원내대표까지 쫓겨나는 살벌한 분위기에서 비명계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두각을 드러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 대표가 구속되면 친명계는 비명계를 찍어내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체포동의안 가결과 함께 중단된 9월 정기국회에선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25일 본회의는 야당 원내지도부 소멸과 함께 사실상 무산됐다. 대법원장 임명을 위한 본회의는 물론 신원식·김행·유인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중단된 상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