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자신들도 핵무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한 질문에 "안보상 이유와 중동 내 힘의 균형을 위해 그들이 (핵무기를)갖는다면 우리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앙숙 관계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핵무기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어 쓸모도 없다"며 "핵무기를 쓰게 되면 전 세계와 싸워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핵무기 개발을 추진 중인 이란을 간접 비난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스라엘과)매일 가까워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좋은 수교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중동의 주요국들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수십 년 간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성공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 조건으로 이란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 원자력 발전 지원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우리에겐 팔레스타인 사안은 중요하고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등 아랍권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사우디 네옴시에서 브렛 베이어 폭스 뉴스 수석 앵커와 만난 무함마드 왕세자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랍어가 아닌 영어로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답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석유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에 대한 질문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은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한 것일 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우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국의 골프 대회인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합병 논란에 대해선 "골프 산업에 있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이른바 '스포츠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라는 비난에 개의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대담은 2019년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의 미국 주요 언론과 첫 인터뷰다. 그는 2018년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 자신이 암살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