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러엔 '단호한 경고'…중국엔 손짓하며 북중러 협력구도 차단
안보정세에 충격파 던진 김정은 방러…韓외교 새로운 시험대
한반도 안보 환경에 충격파를 던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한국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양상이다.

북한은 현재 국제환경에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할 길은 러시아와 밀착, 신냉전 구도 강화에 있다고 보고 지역·글로벌 정세에서 적극적 '플레이어'로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로서는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러 군사협력 움직임을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과 소통해 '북중러 3각 결속' 형성을 막아야 하는 복잡한 외교 과제에 직면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국면에서 정부는 북러에 단호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중국에는 '건설적 역할'을 요청하며 적극적인 견인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협력"이라며 "국제사회는 그러한 북러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결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위성 개발과 군사협력 문제 등 김 위원장의 방러 의제뿐 아니라 방러 과정에서 목격된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러시아가 김 위원장 방러 때 드론을 선물한 데 대해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우리의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등 우방국과 공조를 강화하며 대응조치를 모색하겠다고도 공언한 만큼 정부는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돕지 못하도록 강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을 향해서는 계속 관계 개선 의지를 발신하며 북러와의 '틈 벌리기'를 꾀하고 있다.

"중국은 북중러 3자 관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망설이고 있다"(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중국은 압도적인 대북 영향력을 굳이 러시아와 나눌 필요가 없다"(장호진 외교부 1차관) 등 중국을 북중러 결속에서 분리하는 한미 당국자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현시점에서 북중러 3각 협력 진전을 저지하기 위한 '열쇠'가 중국임을 의식한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소통채널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북중러 구도 참여에 다소 거리를 둘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히라이와 순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 교수는 지난 13일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입장에선 북한, 러시아가 주장하는 신냉전 구조에 완전히 참가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안보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러시아로 향하기 직전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12시간 회동을 가진 것은 소통 유지에 대한 미중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 정부 역시 한중일 정상회의 등 대화채널을 통해 중국과 고위급 대화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정상회의까지 개최되면 자연스럽게 중국 최고위 당국자들의 방한이 성사될 수 있다.

현재의 지역·글로벌 정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포괄적 인식과 대응 방향 등은 오는 20일(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21일 새벽 이뤄질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도 일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인하고 한중관계를 진전시킬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 과제가 되리라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AP통신 인터뷰에서 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한미일 협력은 특정국을 배제하거나 배타적인 그룹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