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된 노조 우회 재가입 시도 조력…회원 반발에 불발
뒷돈 준 2명도 기소…검찰 "한국노총 소속으로 이득 누리려 해"
'가입 대가로 1억 뒷돈 수수' 한국노총 전 부위원장 기소(종합)
제명된 노조의 우회적인 재가입을 돕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한국노총 전직 간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19일 강모(62) 전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강씨에게 한국노총 가입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 전국건설산업통합노조연맹(건통연맹) 소속 조합원 최모(58)·이모(45)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9월 최씨 등이 설립한 건통연맹의 한국노총 가입을 돕고 총 3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뒤 착수금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강씨가 같은 달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모씨에게 건통연맹의 노조 가입을 지지해달라며 5천만원을 전달하려 한 혐의도 밝혀내 배임증재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과거 한국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조(건산노조) 소속이던 최씨와 이씨는 2021년 한국연합건설산업노동조합(연합노련)으로 옮겼지만 퇴출당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건산노조가 위원장의 조합비 횡령 등 비리로 한국노총에서 제명되자 건통연맹을 설립, 우회적으로 한국노총에 재가입해 기존 건산노조를 흡수하고 한국노총 내 건설 분야를 장악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노총 제명 후 노조 전임비나 노조원 채용에 따른 수수료 수수에 어려움을 겪자 지위를 회복하려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당시 다수의 노조에서 건설회사에 대해 노총·노조의 이름으로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노조 전임비를 수수하거나 소속 조합원을 채용시키는 등 이익을 누렸다"며 "최씨와 이씨는 한국노총 소속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전임비나 수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뒷돈이 오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건통연맹의 한 간부는 5천만원을 내놓는 등 강씨에게 줄 돈의 모금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통연맹의 한국노총 가입 안건은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 상정됐으나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강씨는 약속된 나머지 2억원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올해 6월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송치 후 보강 수사를 통해 범행 동기를 규명하고 강씨의 예금을 압류하는 등 범죄 수익을 동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산노조는 "최씨·이씨는 오래전 노조를 떠난 사람들로 본건과 건산노조는 무관하다"며 "한국노총 집행부에 로비해 건산노조를 제명하게 시키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설립한 건통연맹을 앉히려는 목적으로, 건산노조는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