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긱스(Geeks)의 [그래서 투자했다]는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스톤브릿지벤처스의 김수진 이사와 조현후 팀장이 친환경 선박 추진 시스템 회사 드라이브포스에 투자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IMO 규제·ESG 열풍 타고 '친환경 선박' 뜬다는데… [그래서 투자했다]
지구에서는 해운을 통한 물류 시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무역의 80% 이상이 해운을 통해 이뤄진다. 해운 물류 시장엔 팬데믹에 따른 선적 지연과 컨테이너 부족 현상,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의 친환경화 및 디지털화, 그리고 수요 증가에 따른 선박 건조 및 운임 상승 등이 주요 이슈로 꼽힌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추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선박 건조를 확대하고 있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선주들은 선박의 친환경화와 디지털화에 힘쓰고 있다. 2020년부터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강력하게 낮췄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선주들은 LNG, 암모니아, 메탄올, 전기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도입하거나, 스마트 선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황 함유량의 강력한 규제로 선박의 배기가스의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장치인 스크러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스크러버는 해양오염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있으며, 일부 항구나 국가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또 2030년 IMO 규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기에 선주들은 자신의 선박과 운영상황에 맞게 대안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2022년 한 해 동안 전세계 발주량의 37%인 453억달러(1559만CGT)를 수주해 2018년(38%) 이후 최대 수주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고부가 친환경 선박 분야의 발주가 많았고,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갖고 약진한 결과로 보인다.
클락슨 통계 2023.01.04
클락슨 통계 2023.01.04
이런 발주 상황 속에서 한국은 지난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전세계 발주량 2079만CGT(270척) 중 58%에 해당하는 1198만CGT(149척)를 한국이 수주했다. 그 중 최근 역대 최고 선가를 경신 중인 대형LNG운반선의 경우 전세계 발주량 1452만CGT의 70%에 해당하는 1012만CGT를 한국이 수주했다.

국내 1위 사업자... 댄포스 출신이 창업


2019년 4월 설립된 드라이브포스는 중소형 전기·하이브리드 선박의 핵심 부품인 추진시스템 SI 업체로 국내 1위 사업자이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산자부와 해양수산부가 총괄하는 대형선박 축발전시스템 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축발전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인버터는 회사의 파트너인 댄포스로부터 공급받아 신뢰도를 확보했다. 이는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맞물렸다.

드라이브포스의 윤성식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이었다. 부산 기장군에 본사이자 공장이 있었기에 통도사역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윤 대표가 마중을 나와 회사로 이동하면서도 이동수단으로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본사는 깔끔했다. 직접 회사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윤 대표는 하고자 하는 사업이 명확했고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마음이 잘 드러났다.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해양분야뿐 아니라 항공 우주분야까지 확장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려뒀다.
IMO 규제·ESG 열풍 타고 '친환경 선박' 뜬다는데… [그래서 투자했다]
윤 대표는 울산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선 관련 업체, 댄포스 마린팀에서 8년간 일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대 해양조사선인 이사부호선의 전기추진시스템 프로젝트매니저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댄포스에서 근무하면서 전기추진 시스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얻었고, 국내 최초 전기추진시스템 프로젝트매니저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추진시스템 국산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 점유하고 있던 기존 시장에서 국내 소비자 맞춤형 제조 솔루션을 제공한다.

윤 대표는 학창시절 창업동아리에 몸담으며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대학 졸업 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직장생활로 점차 창업 의지가 약해질 무렵, 예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 의해 성공적으로 사업화돼 세상에 나오는 것을 봤다.

다시 창업에 대한 열망이 솟아났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예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특허사무실을 찾아간 것이 첫 시작이었다. 변리사의 도움으로 특허를 내고 여러 창업지원 사업을 소개받았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사무실과 사업비, 컨설팅 등을 지원받고 난 뒤에는 대외적으로 사업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창업에 대한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고 한다.

창업 후, 10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팬데믹으로 해외 인버터 시운전 업무가 끊겨 개발자금 확보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2020년 한국 친환경선박 시장이 열리면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이전 직장에서 배운 경험과 기술이 친환경 선박 사업분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유연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기업 생존에 필수라는 교훈을 창업 초기에 배운 셈이다.
윤성식 드라이브포스 대표
윤성식 드라이브포스 대표

IMO 규제... 급성장하는 친환경 선박

드라이브포스 투자검토를 진행하면서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윤 대표의 경험과 해운 시장의 변화였다. 먼저 IMO 규제에 따른 친환경선박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본 건 선박용 전기 추진 시스템의 국내 최초 프로젝트 매니저로 탄탄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윤 대표의 경험이다. 마지막으로는 댄포스 출신이자 댄포스와의 파트너로 확실한 입지와 해운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원이다.

회사가 공략 중인 해운 분야는 IMO 규제로 2020년 새 규정이 시행되면서 선박 운행시 탄소,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또 올해부터 현존선(400톤 이상)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강화되고, 소형 선박(400톤 미만)은 2020년 시행된 ‘친환경선박법’을 적용 받아 정부기관의 관공선 등의 친환경선박(전기, 하이브리드선) 발주가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산자부와 해수부가 주관하는 ‘2023년 한국형 친환경선박 보급시행계획’을 통해 전기·하이브리드 선박을 개발하고 있고, 2030년까지 공공(388척)과 민간(140척) 부문 총 528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도 공공부문에서의 선제적 전환을 위해 다양한 관공선 건조 계획을 내놓고 있고, 민간에서도 조진 전환 유인을 위해 내항선과 외항선 친환경선박 건조, 친환경 설비 장착과 이차 보전 까지 보조금 지원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선박 전기 추진시스템 실증장비를 개발해 납품했다. 국내 중소형 친환경 선박의 전기 추진시스템을 최다 수주, 납품한 회사다. 전기 추진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인버터지만, 국내에는 선박용 인버터 전문 제조 업체가 없고 기술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선박은 특성상 부품 하나 하나가 비싼 데다가 바다 위에서 고장이 나는 것은 큰 문제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신뢰 쌓고 있다.

회사는 파트너인 댄포스로부터 인버터를 공급받고, 국내 유일의 ‘선박용 인버터 드라이브프로 서비스 파트너’의 지위를 획득했다. 댄포스 인버터에 대한 AS를 직접 수행할 뿐 아니라 시운전도 할 수 있다. 댄포스는 전기모터 가변속도 제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3억유로다. 댄포스의 조선 해양 솔루션은 DNV-GL, ABS, 프랑스 선급협회, 한국 선급, 일본 해사협회 등 9개 기관에서 가장 높은 선급 승인을 받았다. 이는 인버터를 직접 제조하지 않는 경쟁사 대비 SI 업체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는 선박용 전기추진 시스템 솔루션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산자부와 해수부가 총괄하는 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는 B2G향 선박 발주 시 드라이브포스가 타사 대비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기존의 민간선의 경우에도 IMO 규제에 대응하려면 에너지효율지수 개선이 필요한데, 친환경 연료전환(수소, 암모니아 등)은 근시일 안에 이뤄질 수 없다. 때문에 축발전시스템을 통한 개조가 현실적인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민간선 분야에서도 수리조선업체와 함께 2척의 축발전기 개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선 개조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연내 200K 탱커선 개조사업 계약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IMO 규제·ESG 열풍 타고 '친환경 선박' 뜬다는데… [그래서 투자했다]

김수진 스톤브릿지벤처스 이사 l 2022년 6월 스톤브릿지벤처스에 합류했다. 경영참여형 PEF 펀드 운용을 통해 그로스 단계의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AI기반 테크/조선·기자재/2차전지/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인하대 경영학부를 수석, 조기졸업하고 고려대 MBA를 거쳤다. 삼정KPMG에 몸담은 뒤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자기자본투자 및 신기술금융팀에서 신기술조합 결성 및 투자 업무를 수행했다.
IMO 규제·ESG 열풍 타고 '친환경 선박' 뜬다는데… [그래서 투자했다]
조현후 스톤브릿지벤처스 팀장 l 2022년 스톤브릿지벤처스에 합류했다. 딥테크/의료기기/반도체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바이오융합기술을 연계전공했다. 연합뉴스 사진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ETCH 공정 엔지니어로 일했다.
IMO 규제·ESG 열풍 타고 '친환경 선박' 뜬다는데… [그래서 투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