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노조, 안전대책 촉구…토론회선 "직장 성폭력 신고 58% 불이익"
1년전 스토킹 살인 벌어진 신당역서 "잊지 않을게요" 추모(종합)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인 14일 서울교통공사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젠더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서울교통공사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여명의 참가자가 촛불을 들고 "노동자 안전 위협하는 젠더폭력 대응체계 마련하라", "나홀로 근무 여전하다 비상벨 말고 안전인력 충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가도 회사도 막지 못한 죽음 우리가 기억하고 분노한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도 들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명순필 위원장은 "신당역 참사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한 산업재해였고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라며 "당시 서울시와 공사, 국회는 대책을 서로 내놨지만 돌이켜보면 다 거짓말이었다.

안전한 지하철,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그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대책은 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김영애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안전한 세상, 더는 죽지 않는 세상, 이것은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 사회 모든 국민의 바람이고 노동자의 바람"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신당역 출구 인근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안전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등의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동료를 떠나보낸 이들은 "고인을 잊지 않고 시민·직원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후배님 미안해요" 등 마음을 눌러 담은 글을 남겼다.

1년전 스토킹 살인 벌어진 신당역서 "잊지 않을게요" 추모(종합)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 오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국회에서 연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에서도 사건 이후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 내 성폭력 제보 59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신고한 190건 가운데 103건(54.2%)은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성폭력을 직장에 신고해도 구제 조치는커녕 업무배제 같은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이후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성범죄 피해 사실이 회사에 공공연하게 알려지는 등 불이익을 경험한 사례는 111건(58.4%)이었다.

한 여성 노동자는 토론회에서 "직장에서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해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하고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해결은 지지부진했다"며 "경찰과 노동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채 직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 김은호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에 회사의 스토킹 범죄 방치와 근무환경 악화의 책임을 묻는 조항을 마련하거나 산업재해 예방계획에 젠더폭력 관련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은 1심에서 보복살인 등 혐의로 징역 40년,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지난 7월11일 두 사건을 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