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1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자리에 누워있다./ 사진=뉴스1
단식 11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자리에 누워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1일로 12일 차를 맞은 가운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소위 '개딸'들은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가 아무런 요구조건 없이 무기한 단식을 시작해 출구 전략이 깜깜한 가운데, 지지자들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오전을 기준으로, 지난 9일 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대표 단식 중단 요청' 청원은 약 1만2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들은 "압도적 지지와 행동을 약속하는 권리당원들을 믿고 그만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재명 대표 단식 중단 청원
더불어민주당이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재명 대표 단식 중단 청원
이들은 네 가지 약속을 내걸면서 이 대표에게 단식을 멈추라고 제안했다. 청원인이 제시한 약속은 △지역구 의원에게 검사 탄핵에 앞장서라고 요구하겠다 △지역구 의원에게 일본산 농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입법화하도록 요구하겠다 △지역구 의원에게 양평 고속도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라고 요청하겠다 △지역구 의원에게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관련한 특검을 촉구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청원 동의를 독려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 이 대표의 단식을 멈출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개딸들이 직접 '출구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 조사까지 출석하며 단식을 중단할 뜻이 없다고 하는 이 대표에게 단식을 멈출 명분을 찾아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단식을 말리는 모습이 된다면, 이 대표도 마지못해 단식을 중단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한편,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단식 12일 차를 맞아 출구 전략 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3선 이상 중진들은 이날 이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단식 중단'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선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오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단식 농성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저 개인적으로는 오늘 단식을 만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12일째 단식 중인 상황에서 중진들이 가만히 있는 건 문제가 있고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며 좀 더 일찍 이 대표 손을 잡고 중단을 간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국회 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에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자리를 깔고 누웠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격려 방문하자 "어젯밤에 고기 굽는 꿈을 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