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한국의 책임과 기여 방안을 제시했다.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23억달러(약 3조원)가 넘는 유무상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액을 대폭 늘리고 다자개발은행 개혁과 디지털 규범 제정 논의를 주도하는 등 글로벌 현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에 23억弗 지원”

윤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하나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 번째 G20 세션에 참석해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소개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발표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며 “내년에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3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 20억달러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재건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 개혁 논의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을 조율하며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개도국은 다자개발은행의 자본금 확충을, 선진국은 기존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우선시하며 견해차를 보여왔다.

윤 대통령은 “기후위기 극복과 식량·에너지 안보 강화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개발은행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은) 재정적 여력을 높이고 저소득국에 대한 채무를 재조정하는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G20 회원국들은 우선 기존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향후 10년간 2000억달러의 추가 대출 여력을 창출하는 한편 자본금 확충 노력을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관련 글로벌 규범 마련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도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G20 공동선언문에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당시 디지털 질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뉴욕 구상’을 발표했다. 올 6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국제기구 설립을 골자로 한 ‘파리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尹 만난 바이든 “귀갓길 같이 가자”

앞서 윤 대통령은 9일 ‘하나의 지구’를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는 “녹색기후기금에 3억달러(약 4000억원)를 추가로 공여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GCF는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개도국 등 국제사회의 청정에너지 전환 등 ‘녹색사다리’ 지원을 원자력발전과 수소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수소경제 선도를 위해 생산과 활용 전 주기에 걸쳐 기술 협력과 국제표준 수립을 위한 글로벌 협업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녹색 해운 항로 구축 등 해운 분야에서의 탈탄소화 계획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G20 기간에 개최국 인도는 물론 일본, 독일,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튀르키예, 이탈리아 등과 정상회담을 하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외교전도 펼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9일에만 대기실 및 갈라 만찬장 등에서 세 차례 만나 환담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휴가지에서 함께 시간도 보냈는데, 귀갓길 저의 집으로 같이 가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뉴델리=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