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고소 취하에도 업무방해로 기소돼 노조원 5명 재판 받아
정규직 기쁨도 잠시…3년전 일로 법정에 선 전남대병원 노조원들
"사측과 밀고 당기며 어렵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뤄냈지만, 이 법정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 죄 없는 저희 노동자들뿐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
지난 7일 광주지법 102호 법정에 5명의 전·현직 병원 노조원들이 피고인석에 서서 눈물의 호소를 했다.

10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은 보건의료노조 전남대학교병원지부 전임 지부장 A(현직 간호사)씨와 노조원들이다.

A씨가 2019년 전남대병원 노조 지부장을 맡았을 당시 노조는 병원 측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한참 줄다리기를 하던 중이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는 동안 정규직화를 위해 사측과 싸워오던 노조는 2017년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희망을 가졌다.

2017년 단체교섭에서도 노사 합의로 정규직화를 끌어냈지만, 사측이 이를 지키지 않자 2018년 17년 만의 현장 파업으로 맞붙었고 결국 정규직화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또다시 병원 측이 약속 이행을 미뤘고, 2019년 '정규직화보다는 자회사 설립이 더 낫다'는 내용의 설문조사까지 했다.

전남대병원 노조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 병원장실로 몰려가 농성했고, 병원장은 자리를 잠시 비우긴 했으나 이후 정상적으로 결제 업무를 수행했다.

결국 이를 통해 다음 노조 집행부가 2021년 병원 측과 직접 고용해 합의하면서 전남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뤄냈다.

이렇게 끝난 줄 알았던 기쁨은 몇해 후 난데없는 재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병원 측은 병원장실을 점거하고 CCTV를 가린 지부장과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노조원 5명은 사건 발생지 3년 9개월여 만에 기소돼 생각지도 못한 재판을 받게 됐다.

사측이 노사 합의 이후 해당 고소를 취하했지만, 업무방해죄 등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탓에 노조원들은 기소될 수밖에 없었다.

첫 재판에서 피고인석에 선 A씨와 노조원들은 재판부에 간청해 모두발언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병원 노사는 서로 엎치락뒤치락 밀고 당기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소중한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며 "고용안정과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우발적인 일로 생각지도 못한 처벌을 받게 됐으니 이점을 재판부가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2019년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한 간호조무사도 "파견직에서 벗어나 직접 고용된 후 우리 가족 모두 행복했다"며 "이 행복을 똑같은 처지인 비정규직 직원들과 나누고 싶었고, 마음의 빚이 남아 함께 행동했을 뿐인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노조원들의 행위가 쟁의행위 중 병원장에게 항의하기 위한 정당행위에 속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재판부는 오는 10월 26일 재판을 다시 속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