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국회방송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국회방송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에서 고성이 오가면서 "최악의 대정부질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초반부에는 초등학생 40여명이, 후반부에는 일반인 70여명이 이날 대정부 질문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러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고 끈질기게 물었다. 한 장관이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제 임무를 다하겠다"고 했으나 안 의원은 멈추지 않았다. 한 장관도 이에 "의원님은 출마하시냐. 잘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안 의원은 한 장관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한 장관은 "건설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안 의원은 "한 장관처럼 국회의원과 싸우는 장관을 본 적이 없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장관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등 발언을 했다.

한 장관은 "의원님 평가고 저는 제가 잘 판단해서 잘 답변하겠다. 질문해주시면 제가 잘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나는 나대로 할 테니까 너는 너대로 떠들어라 그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장관은 국회에 싸우러 온 것이죠?", "국민들이 우습죠?" 등 질문했다.

한 장관은 "의원님, 그런 질문은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황당하실 것"이라면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국민들이 두렵긴 하냐"고 재차 묻자 한 장관은 "의원님은 국민들한테 이상한 욕설 같은 것도 한 분 아니냐. 그러면서 마치 누구에게 훈계하듯 대정부질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본인이 했던 발언이나 태도에 대해서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냐"고 묻자 한 장관은 "제가 의원님한테 그럴 이야기 들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안 의원이 한 장관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겠다고 계속 말하자 한 장관은 "의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국민들이 우습게 보시지 않겠냐. 의원님은 민원인에게 욕설을 하신 분 아니냐. 그런 분이 와서 태도 논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수긍하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이 재차 사과를 요구하면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질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윤지오라는 사람을 공익제보자로 내세우면서 공익제보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린 분 아니냐" 등 발언으로 지적했다.

안 의원과 한 장관의 토론이 논쟁적으로 이어지자 본회의장 좌석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은 "공손하게 답해라"며 고성을 질렀다. 한 장관은 "정 의원님은 야구장에 오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정치 출마부터 묻는 안 의원의 질의가 적절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랬더라도 한 장관이 공손하게 답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금 방청석에서 국민이 보고 있고, 생방송도 되고 있다. 화가 나고 마음이 급해도 좀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야당 의원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출동할 때는 분위기가 격해지면서 파행 직전까지 갔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자 한 총리는 "아니다. 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들으세요! 가만히 계세요!"라며 고성을 지르자 한 총리는 "국민의 대표가 어떻게 국민한테 거짓말을 합니까"라며 김 의원을 몰아세웠다.

소란이 계속되자 김 부의장은 정회를 제안하기까지 했다. 결국 정회까지 가진 않았지만 김 부의장은 "최악의 대정부질의로 가고 있다"며 "어떻게 사회권을 가진 부의장이 이야기해도 듣지를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